누가 누드 파문 에일리에 돌을 던지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1-14 06:51 수정 2013-11-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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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입국한 가수 에일리(사진 = 뉴시스)

눈을 의심했다. 주요 부위를 가렸지만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몇장의 충격적 누드 사진이 올라왔다. 11월11일 오전 9시께 한류 관련 사이트 올케이팝에. ‘데뷔전 에일리(본명 이예진‧24)로 의심되는 여성의 누드 사진이 공개됐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 글귀와 함께. 이 누드 사진은 순식간에 수많은 대중매체와 대중, 네티즌에 의해 대량유포 됐다.

순간 엄습한다. 두 여자 연예인의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절망이.“사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2001년 2월17일 한 호텔에서 만난 오현경이 토로한 고통이다.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켜 청소년 팬과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다. 비디오로 촬영되는 줄 전혀 몰랐다. 죽고 싶다.” 2000년 11월 29일 기획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백지영이 보인 절망이다.

동영상 유포로 여자로서의 삶이,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인권이 철저히 파괴된 두 여자 연예인의 고통과 절망이 앞날이 창창한 에일리에게 짙게 드리워진다.

“얼마나 사생활 관리를 안했으면 누드 사진이 공개되나”“연예인 데뷔전 생활이 문란한 것 아니냐”“누드 사진을 남친에게 왜 보내나. 이해 안 된다”“이제 연예계를 떠나야한다”…누드사진 공개직후 에일리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진다.

에일리의 데뷔전 사적인 누드사진이 한 지인에 의해 공개됐다. 이것이 올케이팝을 비롯한 대중매체와 대중에 의해 대량유통 되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호기심의 메뉴로, 심심풀이 구경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젊은 여가수의 삶이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 한 지인의 불법적 공개, 수많은 대중매체의 선정적 황색저널리즘, 대중의 왕성한 자극적인 가십의 유통과 소비, 그리고 우리사회의 은밀한 관음증의 야합 속에 한 가수의 생명은 위협받고 인권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자인 에일리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돌을 맞아야 할 사람은 에일리가 아닌데 말이다. 돌은 사진을 올린 지인부터 대중매체와 대중, 우리사회가 맞아야한다. 왜?

추악한 동기로 한 개인의 지극히 은밀한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한 에일리의 지인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는 한번 인터넷에 유통되면 죽어서도 잊혀 질 수 없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한 여성의 명예와 사생활을 짓밟는 구렁텅이에 밀어 넣었다.

에일리와 그녀의 누드사진에 대한 것을 집중보도하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선정성을 확대재생산한 옐로우 저널리즘에 찌든 수많은 대중매체는 이번 에일리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한다. 최근 들어 연예매체가 급증하면서 독자, 시청자, 네티즌의 눈길을 끌기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선정성으로 무장한 기사 아닌 소설을 쏟아내며 에일리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시키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 대중과 우리사회 역시 면책 될 수 없다. 인터넷과 디지털기기의 발전으로 전국민의 기자화가 된 상황에서 불법적 행위임에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사진이나 루머, 사실 무근의 악의적 가십을 유통시키고 소비하며 묻지마 비난을 쏟아내는 대중 역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집단적 관음증을 보이며 한 여성을 자극적인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역시 에일리를 인격살해 한 주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대중과 대중매체,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에일리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당신의 딸이, 당신의 누이가, 당신의 아내가 에일리라면 게걸스러운 호기심으로 누드 사진을 퍼 나르고 탐욕스러운 선정성으로 보도하며 어둠속에서 은밀하게 엿보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지금처럼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일까. 정녕 우리사회는 피핑톰(Peeping Tom)이 돼 눈멀고 싶은 것일까.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 속에서 13일 일본에서 귀국한 에일리가 고개를 떨구었다. 왜 그녀가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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