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정부3.0과 직접 민주주의

입력 2013-11-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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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전자정부 시대를 넘어 개방과 공유의 정부 2.0이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미 EU는 개별 국가 수준을 넘어 국가 간 정보 개방과 공유의 원칙을 확산하고 있다. G8 정상들은 올해 6월 국가 간 정보 개방과 공유에 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영국의 캐머런 수상은 ‘역사상 현재보다 가파른 혁신은 없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기업들이 이렇게 빠르게 생성된 적은 없었다’는 서명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공공정보 저장 플랫폼인 SOCRATA와 CKAN 등이 치열한 정부2.0 표준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공공정보 개방 플랫폼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주를 벌이고 있다. 공공정보의 개방과 공유는 이제 개념 단계를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세계 최초로 정부3.0을 선언했으나 구체적인 실천안은 타국의 정부2.0 초기 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매시업(mashup) 서비스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자정부1.0에서 세계 1위라는 자만에 빠져 세계적 흐름인 개방 공유의 정부2.0 물결에 뒤늦게 동승한 것이 정부3.0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50년 만에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바 있다. 남들보다 3년 늦게 출발한 스마트폰의 보급률도 이미 세계 1위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면 지각 출발한 정부2.0을 넘어 정부3.0의 세계 최초 구현도 충분히 가능하다.

맞춤형 정부라고 정의되는 정부3.0의 청사진은 매혹적이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빅 데이터 센터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국민 개인별 맞춤 서비스 제공이란 정부가 국민들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지 않은가. 잘못 운영되면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제시한 빅 브라더의 등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좋은 일을 위한 국가의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은 정부3.0이 가진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정부 거버넌스의 투명성이다.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과 투명한 정보 제공이 없다면 ‘빅 데이터’는 ‘빅 브라더’로 변질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농후하다.

그래서 정부3.0은 참여민주주의를 넘어 투명한 직접 민주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는 이익 집단의 발호를 억제한다. 정부 거버넌스가 투명해지면 이권 획득을 위한 로비 활동이 줄어들고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이 증대된다는 것을 스위스는 입증하고 있다. 스위스는 국민소득 6만 달러대의 고소득 국가이면서도 조세 부담률은 스웨덴의 60% 수준인 27% 선이다. 이러한 스위스의 경쟁력은 ‘스위스가 직접 민주주의를 만든 것이 아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스위스를 만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대변된다.

지금까지는 직접 민주주의에 따르는 고비용 구조로 인해 간접 민주주의가 차선책으로 채택돼 왔다. 그러나 개인의 아바타로서의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하고 있다. 초저비용의 실시간 직접 민주주의가 이제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 기반의 여론조사는 초저비용의 실시간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민간 조직에서의 스마트 투표 앱도 확산되고 있고 누구나 쉽게 맞춤 활용이 가능한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와 인터넷 등 신기술의 초기 진입 시 수많은 우려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인류는 그 한계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이 있다. 지문인식을 비롯한 바이오 정보 활용과 OTP(일회용 암호) 등의 인증 기술들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히려 근원적인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기득권의 저항일 것이다.

스마트 직접 민주주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시점까지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민간 조직 등에서 충분히 사전 검증할 여유가 있다. 빅 데이터가 진실로 국민과 융합하는 정부3.0이 되기 위해 충분히 기획된 로드맵에 기반한 직접 민주주의 실천 비전이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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