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입력 2013-11-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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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 Sure)’는 모든 골퍼의 영원한 화두다. 이 화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골퍼는 없다. 누군가 골프채를 잡는 순간부터 잉태된 이 화두는 수백년 동안 수많은 골퍼들이 매달려 왔지만 정복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다.

이 화두의 기원은 15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훨씬 이전부터 골퍼들의 가슴속에 이 화두가 자리 잡았겠지만 명문화한 것은 이때다.

제임스 6세의 뒤를 이어 아들인 찰스 2세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었다. 내기 골프를 즐겼던 왕은 잉글랜드의 귀족 2명과 골프의 발상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서로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골프의 발상지라고 주장, 논쟁은 끝날 줄 몰랐다.

그러자 잉글랜드의 귀족이 왕에게 제안했다. “좋습니다. 골프 내기로 결론을 매듭 지읍시다.”

이렇게 해서 잉글랜드의 귀족 2명대 왕과 스코틀랜드인 1명이 골프 솜씨를 겨루게 되었다. 왕은 신하들을 시켜 스코틀랜드 최고의 골퍼를 찾도록 했다. 왕의 파트너로 추천된 골퍼는 다름 아닌 구둣방 주인인 존 패더슨이었다. 그는 천한 신분이었지만 골프 실력은 뛰어났다. 그는 신분을 이유로 극구 사양하다 왕이 간청하는 바람에 골프장으로 나갔다.

시합은 단번에 판가름 났다. 패더슨의 묘기로 왕의 팀은 승리를 거뒀고 왕은 내기에 걸린 거금 중 절반을 패더슨에게 주며 의미 있는 상패를 만들어 주었다.

패더슨가의 문장에 골프클럽을 새긴 뒤 그 밑에 왕이 직접 글귀를 써넣었다. ‘Far & Sure’라고. 세 단어로 된 짧은 명구는 이때부터 모든 골퍼의 영원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찰스 2세 역시 이 명구 때문에 골프 역사에 남게 되었다.

이후 수많은 골퍼들이 이 화두를 좇았지만 벤 호건만큼 근접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1950년대 미국 골프계의 거성인 그는 US오픈 4승, 브리티시오픈 1승, 마스터스 2승, PGA선수권 2승 등 생애 통산 62승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동시대의 골프 거두 샘 스니드는 “내가 골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 가지다. 번개와 내리막 퍼트, 그리고 벤 호건이다”고 말했다. 진 사라젠은 “최고의 골퍼는 벤 호건 단 한 사람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11세 때 가난 때문에 동네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은 호건은 철저하게 자신의 스윙을 분석하고 연구해 근대 스윙의 이론을 정립한 ‘모던골프’라는 골프 바이블을 내놓기도 했다.

1948년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날, 호건은 기자회견도 마다하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친구가 “이 사람아, 지금 막 챔피언이 됐는데 기자회견을 해야지?”라고 말하자 “아닐세. 나는 지금 오늘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세 개나 발견했네”라며 연습 볼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안다. 사흘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는 명언은 바로 호건이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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