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9단’ 명품 조연의 존재의미는?

입력 2013-10-25 10:07 수정 2013-10-2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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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나문희ㆍ‘굿닥터’ 천호진ㆍ‘광해’ 류승룡…뛰어난 연기력사회 분위기 맞물려 가치 재평가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 팬과 시청자 그리고 관객의 뜨거운 관심과 박수, 엄청난 인기와 천문학적인 수입, 성공의 막대한 과실…오롯이 주연(主演)의 몫이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거나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늘 주연을 꿈꾼다. 주연을 하느냐 못하느냐 여부가 연기자로서의 성공 기준으로 작용한다.

“인기와 관심이 주연으로만 향하니 많은 연기자들이 주연을 꿈꾸지만 조연 없이는 드라마나 영화가 존재할 수 없지요. 수많은 사건과 인물로 드라마와 영화를 풍성하게 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조연의 역할과 의미는 아주 크다고 봐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작품과, 관객 그리고 시청자를 위해서요.”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명품 조연 연기로 관심을 받는 이한위의 말이다.

주연에 대한 관심집중은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조연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작품의 승패를 좌우하거나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조연의 관심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와 관객의 인식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역시 조연에 대한 가치 부여를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즘 시청자와 만났거나 최근 끝난 KBS‘왕가네 식구들’의 나문희 김해숙, SBS ‘상속자들’의 박준금 김성령, KBS ‘비밀’의 강남길, MBC ‘스캔들’의 조재현, SBS‘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정웅인, KBS ‘굿닥터’의 천호진 고창석 정호근 등은 조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광해’의 류승룡, ‘7번방의 선물’의 오달수와 김정태, ‘소원’의 김상호 라미란 등은 조연이 영화의 완성도나 볼거리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져주고 있다.

‘대장금’‘허준’의 이병훈PD는 “임현식 같은 뛰어나고 개성강한 조연이 없으면 드라마의 볼거리가 크게 떨어진다. 이순재 같은 명연기자가 주연을 바치면 그 자체로 드라마가 중심을 잃지 않고 완성도를 높일수 있다”고 조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조연은 주연의 주도적인 흐름으로 야기될 수 있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와 단선적인 극적 구도를 탈피시켜 드라마에 다양한 내용과 성격, 극적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조연의 몫이다. 또한 최근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로 인기를 끈 상당수 아이돌 가수나 젊은 스타들이 주연으로 나서면서 연기력 부재를 많이 드러내는데 이 문제를 조연들의 노련한 연기력으로 보완해 드라마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조연의 길을 걷는 연기자의 유형도 다양하다. “1970년대 ‘암행어사’를 하면서 이정길처럼 조각같이 잘 생긴 사람이 맡은 주연과 다른 개성 있는 조연이 나의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임현식처럼 조연 전문 연기자들이 있다. 강남길 이계인 이한위 고창석 이문식 등이 이에 속한다. 나문희 이순재 등 젊은 시절 주연으로 활동하다 조연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연기자들도 많다. 고두심 김해숙 이정길 박근형 등 수많은 연기자들이 주연출신 조연 연기자들이다. 또한 가수 출신의 김창완, 개그맨 출신의 이재포 박미선 김병만 처럼 다른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조연 연기자로 시청자나 관객의 눈길을 연예인도 적지 않다. 이밖에 권해효 오달수 처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연극배우 출신들이 빼어난 조연 연기자로 맹활약중이다.

조연 연기자들은 임현식 이한위 고창석 처럼 코믹한 캐릭터나 조민기 김서형 정호근 김병옥처럼 악역 등 유형화 된 색깔을 지닌 연기자로 구분할 수 있으나 나문희 김해숙 이순재처럼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조연 연기자들도 많다.

주연만이 관심과 인기, 수입을 독식하는 주연 독식현상은 주연이 드라마나 영화를 대부분 이끌어나가는 작품내적인 이유와 함께 1등과 승자만이 독식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연들이 점차 각광받고 재평가 받는 것은 주연 보다는 조연에 동일시의 감정을 쉽게 느끼는 관객들의 요구에 따른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비중과 역할의 상승, 아이돌 출신이거나 젊은 스타들의 연기력 부족 등 작품 내적인 이유와 함께 승자만이 아닌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 대한 의미와 가치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조연들에 대한 평가나 의미부여는 기분 좋은 일이고 조연 연기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는 임현식과 이한위의 말처럼 조연이 관심과 조명을 받는 것은 바람직 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보다 더 많은 땀을 기울이면서도 늘 시청자와 관객의 관심권밖에 놓여 있었던 조연들이 주목받는 것은 1등 지상주의와 승자독식주의로 얼룩진 우리사회의 병폐를 개선시킬 수 있는 단초이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의 촉발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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