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손녀가 입은 브랜드 맞죠? 이 제품 사이즈 좀….” “죄송합니다. 손님, 해당 제품 사이즈는 모두 품절 상태여서 입고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을 찾은 이지연(28세·여)씨는 원하는 제품을 사지 못하고 발 길을 돌려야만했다. 이씨는 “유명인들이 자주 입고 등장한 브랜드여서 꼭 사고 싶었다”며 “입고되면 연락을 준다고 하는데, 대기자 명단이 많아 못살거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씨가 사고 싶어했던 브랜드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몽클레어. 이명박 전 대통령 손녀는 물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아내에게 선물한 인증 샷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고, 배우 현빈, 원빈, 한가인 등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애용해 일명 ‘명품 패딩’으로 불린다.
몽클레어를 비롯해 ‘캐나다구스’ 등 수백만원대의 수입브랜드 패딩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패션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반면에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강해진 젊은 세대의 등장으로 고가 패딩 시장은 불황마저 비켜갔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지난달 몽클레어와 캐나다구스를 판매한 결과, 15일 동안 4억원어치 물량이 팔려나갔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는 현재 인기 상품이 조기 품절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인기 상품은 입고일에 맞춰 사전 예약판매까지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몽클레어 담당자는 “지난해 겨울 인기상품이 일찌감치 조기 품절돼 물량을 두배 늘려 예년보다 일찍 F/W(가을·겨울) 신상품 판매를 시작했다”며 “며 “맞는 사이즈가 입고되면 연락해 달라는 고객 문의가 하루 수십통에 달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민 패딩으로 불리우는 캐나다구스 역시 주요 백화점에서 월 평균 4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인기제품의 경우 1차 물량이 모두 매진됐다.
캐나다구스 담당자는 “춥고 유난히 긴 겨울 덕분에 예년보다 일찍 인기상품이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패딩이 인기를 끄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급 패딩 시장만 보면 패션업계 불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라며 “필수품에서 아낀 돈을 자신의 가치를 표현해줄 고가 상품에 쓰는 가치 소비 형태는 앞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