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은행권에 제2의 동양사태를 막기 위한 기업 옥석가리기를 주문했다. 투자자 피해가 커지기 전에 살릴 수 있는 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채무계열 제도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데는 입장을 같이 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주채무계열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요구했다. 웅진, STX, 동양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 그룹이 부실화된 여파가 은행 건전성 및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동양사태가 5만여명에 달하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불러일으키면서 규제·감독·시장규율 등 금융규율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금감원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은행권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토록 해 웅진과 STX 그리고 최근 동양그룹과 같은 대규모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이날 금융위에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대상 기업집단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자’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주채무계열 선정기준에 부채비율을 넣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주채무계열 선정대상을 현재 신용공여액 잔액의 0.1%에서 최저 0.08%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채비율은 주채무계열 선정기업 중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기업을 가릴 때 평가지표로만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은 주채무계열 선정 관련 선정기준에 부채비율을 포함할 지 여부, 비재무적 요소 반영 방법, 신용공여액 잔액 기준 인하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주채무계열 선정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에는 같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주채무계열 선정기업집단의 자산 매각, 인수합병(M&A) 등 주요 정보를 주채권은행과 공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