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국가경제와 경영 대물림-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10-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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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너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총수가 있는가 하면, 회사를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회장도 있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한 젊은 오너도 있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회사는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어려움에 빠졌다. 경영을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위기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물림 경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식에게 애써 가꾼 기업을 물려주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 보니 이미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기업도 있다.

지금도 상당수 기업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물림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 중이다. 총수가 건강이 안 좋거나 나이가 많은 몇몇 기업은 특히 경영권 승계가 최대 현안이다.

그러나 자식이기 때문에 기업을 물려줘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생각이다. 능력이나 경륜, 리더십이 부족한데 단지 자식이란 이유로 큰 기업을 맡기는 건 문제라는 얘기다. 무분별한 자식 사랑이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경영자의 모습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대체적으로 사람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스스로 경험이나 경륜이 부족하다 보니 참 브레인을 고르지 못한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부하는 있지만 깊이와 철학, 비전을 갖춘 인재는 없다.

이런 부류에게서 보좌를 받다보니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완만 배우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리더십이나 위대한 기업을 키우는 철학은 배우지 못한다. 기업가 정신은 없고 신기루 같은 파이낸싱 매니지먼트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경영자에게 회사는 터를 닦고 땀을 흘리고 가꿔야 할 대상이 아니다. 돈 있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고 돈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는 소유물이다. 잘 나가던 회사가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대 회장이 경영할 때는 시장은 넓고 경쟁은 적었다.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고 정부 정책도 지원보다는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리더십, 통찰력, 글로벌 감각 등 다방면에서 자질을 갖춰야 하고, 이것이 부족하다면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섬길 수 있는 겸손과 아량의 덕이 있어야 한다.

‘대물림 경영인’ 의 문제점과 자질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들이 내리는 결정이 국가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린 잘못된 결정은 해당 기업에만 손실을 끼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를 망가뜨린다. 이들이 저지른 부도적한 경영은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우리는 여러 번 이를 경험했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지금 재계는 대물림의 시기다. 대부분의 10대 재벌이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고, 특히 지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머지않아 3세 경영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이 자칫 오판이나 실수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순간 한눈 팔면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일진데,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 오너체제에 대한 변화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항간에선 경영자로서 자식의 능력이 부족하면 지분은 승계시키더라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오너가 있는 회사를 향해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바란다면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이 있기 때문에 대물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스타 경영인’ 이 탄생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삶과 국가 경제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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