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76Kg 감량女를 죽였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0-10 10:58 수정 2013-10-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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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의 한 여성이 숨졌다. 9월 22일 밤 11시20분께 대구의 한 모텔 화장실 바닥에서다. 그녀는 음식을 먹은 후 토한다고 들어간 화장실에서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녀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지난해 한 케이블TV에서 ‘131㎏ 초고도 비만녀’로 소개된 뒤 1년여 만에 체중을 76㎏ 감량해 세상과 시청자를 놀라게 한 주인공, 신모씨였기 때문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다, 급기야 위를 묶어 식욕을 억제하는 위밴드 수술을 받은 신씨는 이후 음식을 먹은 뒤 토하고 쓰러진 적도 있다고 했다. 검안 결과 신씨의 사망 원인은 저칼륨 혈증으로 인한 뇌성혼수로 나왔다. 심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혈중 칼륨 농도가 낮아져 구토 등이 나타나는 증세다.

정녕 신씨의 사인(死因)이 뇌성혼수일까. 진짜 사인은 시청률만 생각하는 탐욕의 미디어들, 몸매와 성형의 전도사로 맹활약하는 일부 스타들 그리고 왜곡된 외모차별주의로 무장한 우리 사회가 아닐까.

지상파TV뿐만 아니라 케이블, 종편 등 수많은 TV에서 몸매와 외모를 바꿔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 주겠노라고 공언하는 성형·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룬다. “전신 성형에 가까운 다양한 수술을 해 자신감이 생겼다”, “A다이어트를 했더니 날씬한 몸매가 됐다” 등등 성형과 다이어트 홍보전령사를 자처하는 연예인들이 TV 화면에 넘쳐난다. 우리 사회는 못생기면 죄, 예쁘면 무죄라는 ‘무미유죄 유미무죄(無美有罪 有美無罪)’, ‘비만유죄, 날씬 무죄’라는 극단적 외모 지상주의와 외모 차별주의로 점철돼 있다. 집단 히스테리 같은 광적인 외모와 몸매 숭배 현상이 미디어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물론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하지만 이제 외모는 인간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차별을 초래하는 요소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은 미국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 칼럼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 곳곳에 짙게 배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한다고 인식하기에 예쁜 얼굴과 몸매 만들기에 목숨 거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적시하듯 아름다운 얼굴과 날씬한 몸매는 자본주의의 생산과 소비 장치에 적응하고 예속되는 개념으로 변화했는지 모른다. TV에 나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변한 얼굴과 몸매를 드러내며 “예쁜 얼굴과 몸매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어요”라고 외치는 사람과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 성형과 다이어트는 육체를 통한 심리적 치료라는 말이 어느 정도 유효성이 있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몸매와 얼굴을 가진 사람인데도 비정상으로 몰아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시켜 죽음마저 초래하는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수술로 몰고 가는 광풍의 이면에는 뷰티산업과 미디어의 탐욕이 자리한다. 미디어 등은 외모가 결혼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시장가치를 상승시키는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외모=자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설파한다. 외모에 대한 맹목적 숭배 현상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음모가 개입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 숭배와 광기’에서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는 광란의 다이어트와 성형전쟁을 읽는 데 유효한 단초다.

최근 TV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외모에 결함이 있다고 설파해 얼굴과 몸매에 과도하게 집착시키는 신체변형장애 환자로 내몰아 이윤을 창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TV 등 미디어는 연예인과 모델로 대변되는 이상적 외모의 상품화 열기를 고조시키거나 비만 혹은 못생긴 얼굴의 사람들을 죄인으로 단정해 실질적 필요나 진정한 욕망이 아닌 사이비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자극해 자신들과 특정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 탐욕의 미디어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25세의 한 젊은 여성이 비만하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고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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