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의 주식전쟁]대성그룹 ‘형제의 난’ 12년만에 계열분리로 휴전

입력 2013-10-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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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김수근 회장 타계하며 삼형제 갈등 심화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이 무색하게 10년 넘게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는 대성그룹이 계열 분리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 김 명예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3남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의 아들에게 지분을 전부 증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주식을 놓고 ‘골육상쟁’을 벌여온 대성그룹 2세들의 갈등은 2001년 김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시작된다. 고 김 명예회장은 별세 직전 유산 분쟁을 우려해 삼형제를 불러 회사를 나눠주고 경영 공조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장남 김영대 회장은 모기업인 대성산업, 차남은 서울도시가스, 3남은 대구도시가스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고 김 명예회장 타계 후 대성그룹 이사회도 유언대로 3남에게 세 회사의 경영권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세 형제의 갈등은 그룹의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를 앞두고 본격화된다. 2001년 당시 장남 김 회장이 물려받은 대성산업은 서울도시가스 지분 62.94%, 대구도시가스 지분 26.3%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 회장이 동생들 회사의 지분을 내려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남은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과 함께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넘기겠다고 주장한 반면, 차남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과 3남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매매시점의 종가에 팔아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형제들은 주식 매수전에 이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까지 치렀으나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법원을 찾는다.

대성그룹 원로들이 이를 보다 못해 중재에 나서자 갈등은 일단락된다.

이도 잠시, 장남 김영대 회장과 3남 김영훈 회장은 정통성을 두고 대립하기 시작한다. 당시 장남 김 회장은 모기업을 물려받아 ‘대성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3남 김 회장이 같은 명칭을 고집하면서 두 사람간 갈등이 불거진다.

형제들의 신경전은 2006년 고 김 명예회장의 부인 여귀옥 여사가 별세하면서 다툼으로 커진다. 어머니가 주식과 부동산 등 100억원대의 재산을 남기자 유산 분배 과정에서 탈이 생긴 것이다. 유산배분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2년 동안 진행된다. 결국 동등하게 배분했지만 이 과정에서 형제간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가의 갈등은 장남과 3남이 2009년 각각 대성지주계열과 대성홀딩스 체제로 회사를 재편하면서 계속된다. ‘대성지주’라는 회사 명칭을 서로 사용하겠다며 대립한 것이다.

10여년간 계속된 지리한 갈등은 최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세 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지분정리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장녀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차녀 김정주 대성홀딩스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각자 보유한 대성홀딩스 주식 312만414주와 155만7203주를 김영훈 회장의 장남 김의한씨에게 전량 증여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고모들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김의한씨는 총 467만7617주 가운데 200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처분했다. 매도한 주식으로 마련된 현금은 150억여원으로, 증여세 납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장남 김의한씨는 매도한 주식을 제외하면 267만7617주(16.64%)를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아버지인 김영훈 회장 30.90%, 특수관계인 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 16.78%에 이어 3대주주로 껑충 올라섰다.

10년 넘게 지분 정리가 지지부진했으나 이번 증여로 계열분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대성홀딩스 지분은 현재 없고,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김정주 대성홀딩스 공동대표께서는 그간 대성홀딩스 경영에도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의미로 증여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형제들과의 계열분리와는 무관하다”라며 “3세 경영 승계 정도로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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