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프로 전향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9-18 09:4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진=AP뉴시스)

리디아 고(16ㆍ고보경)의 프로 전향이 임박했다.

리디아 고는 16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마스터스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단독 2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5세 4개월 2일)을 갈아치운 리디아 고는 올해 같은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하며 LPGA투어 사상 첫 아마추어의 대회 2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것도 2위 카린 이셰르(34ㆍ프랑스)에 5타나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리디아 고는 지금까지 LPGA투어 2승을 비롯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등 프로 무대에서만 4승을 수확, ‘프로 잡는 아마추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디아 고의 프로 전향이 화두가 된 것은 지난해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이후다. 아마추어 선수의 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이 경신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프로 전향 시기를 저울질했다.

리디아 고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를 놓고 신중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캐나다 여자오픈 2연패와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을 통해 프로 전향으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스탠퍼드대학 진학과 프로데뷔를 놓고 마지막까지 저울질한 끝에 얻은 결론은 프로데뷔였다. 그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 데뷔전 치르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특출한 기량을 지닌 만큼 세계 골프역사를 뒤집을 위대한 골퍼 탄생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는 리디아 고의 프로 전향이 기대감보다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은 운동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다. 특히 엘리트스포츠를 우대하는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대학을 진학해도 정상적으로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사실상 학위 취득을 위한 ‘스펙 쌓기’일 뿐이다.

정녕 학업을 병행하는 스포츠 스타는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대학 졸업까지는 목표했던 기량(성적)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학업을 포기한 채 운동에만 전념한다면 기대감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프로로 전향할 경우 프로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아마추어의 프로 무대 도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담감이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감, 상금에 대한 압박감, 스폰서와 후원 기업에 대한 배려, 골프팬들의 기대감, 언론과의 갈등 등 천재적 재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리디아 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잠재력은 이미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그렇다고 해도 운동선수에게 학업 포기는 엄청난 모험이다. 세상은 언제까지 리디아 고를 ‘골프천재’로 기억하지 않는다.

요즘 프로골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골프산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양한 업ㆍ직종도 생겨나 프로골퍼들이 은퇴 후 설 수 있는 자리도 넓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산업현장에서는 학업이 뒷받침 되지 않은 프로골퍼를 원하지 않는다. 결국 프로골퍼는 은퇴 후 레슨이라는 서글픈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미셸위(24ㆍ미국)를 예로 들어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셸위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다. 눈앞 결과만이 전부는 아니다. 최소한 미셸위에게는 다른 선수들이 펼칠 수 없는 날개를 지니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융권 휘젓는 정치…시장경제가 무너진다 [정치금융, 부활의 전주곡]
  • HBM이 낳은 참극...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조화 깨졌다 [디커플링 두 회사 ②]
  • 하는 곳만 하는 시대 지났다…너도나도 슈퍼리치 리테일 사활[증권사 WM 대전]①
  • 텔레그램 기반 낫코인, 비트코인 혼조 속 일주일간 345% 뛰며 시총 50위권 안착 [Bit코인]
  • "밀양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는 맛집 운영 중"
  •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제네바 모터쇼…폐지되는 5가지 이유
  • 尹 "동해에 최대 29년 쓸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올해 말 첫 시추작업 돌입"
  • "김호중 천재적 재능이 아깝다"…KBS에 청원 올린 팬
  • 오늘의 상승종목

  • 06.03 14:1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466,000
    • +0.67%
    • 이더리움
    • 5,321,000
    • -0.37%
    • 비트코인 캐시
    • 645,000
    • -0.62%
    • 리플
    • 722
    • -0.55%
    • 솔라나
    • 229,000
    • -1.46%
    • 에이다
    • 629
    • -0.79%
    • 이오스
    • 1,134
    • -0.7%
    • 트론
    • 157
    • -1.26%
    • 스텔라루멘
    • 148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800
    • -0.35%
    • 체인링크
    • 25,360
    • -1.44%
    • 샌드박스
    • 642
    • +2.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