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금리는 낮아지니까 사람들이 전세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 경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한동안 주춤했던 경매시장에 다시 온기가 감돌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8·28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기대심리와 가을 이사철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지역 법원 경매법정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특히 실수요를 위한 아파트·주택의 인기가 높았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이날 인기 있는 물건은 응찰자 수가 10명을 웃돌기도 했다. 경매 응찰자는 물론 전단이나 경매정보지, 법률사무소 명함 등을 나눠주는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A 경매업체 관계자는 “오늘은 상대적으로 물건이 적은 날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며 “북부나 동부법원쪽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중앙지법 경매9계에서는 총 40건의 경매물건에 대한 입찰이 진행됐다. 반면 전날 동부계는 80개, 북부 5·6계는 134개 물건이 나왔다.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이었지만 경매장 내 200여 석의 좌석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입찰법정을 찾은 이들의 대다수가 40~50대의 중장년층이었고 20~30대 젊은층과 60대 이상 응찰자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경매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목격됐다. 주부 최모씨(57)는 “전세금이 너무 올라 걱정이 많았는데, 새 집을 살 형편은 안 되고 경매로 집을 장만하면 좋겠다 싶어 오늘 처음 경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찰자인 성모씨(43)는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인 우리가 낙찰받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 두 번 유찰돼 가격도 전셋값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독입찰이 됐으면 좋겠는데, 워낙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 입찰가를 얼마로 써 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낙찰가율은 79.3%로 그 이전(8월 1~28일) 77.5%에 비해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경매법정에는 일부 물건에만 응찰하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10명의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역시 아파트였다.
가장 높은 인기를 받은 아파트는 성북구 돈암동 일신건영휴먼빌 아파트(전용면적 143㎡)로 10명이 경매에 참여했고, 감정가 5억9000만원의 73%인 4억3250만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성북구 정릉동 한 빌라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곳은 감정가 7300만원의 68.7%인 5020만원에 낙찰됐다. 이들 모두 공고상 임차인이 없었다.
한편 이날 경매시장에는 경매 강사와 교육생들도 참석, 현장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매정보업체 전단을 나눠주던 한 관계자는 “경매 강사들과 교육생들은 경매 때마다 온다. 오늘 입찰장 안에 있는 사람 중 반 정도가 그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