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선제적 구조조정이 아쉽다

입력 2013-08-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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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대기업들은 서둘러 구조조정을 계획했다. 다가올 장기불황에 대비해 부실 사업부문 조정과 인력 재편을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으로 제동이 걸렸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낳을 정치적 부담과 사회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9개월 후. 우리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말리던 구조조정이 전방위적으로 시작됐다. ‘빙하기’에 비견될 만큼 불황에 직면한 금융투자업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국내 상장사 4개 중 1개꼴로 부실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은 산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적 기업구조조정 자문사 알릭스파트너스는 1500개 국내 상장사 중 27%가 기업부실 ‘경고’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10%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파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화 위험이 가장 큰 업종은 조선·해운이었다. 제2, 제3의 STX그룹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9개월 만에 9만명 감소했다. 이 기간 기업의 신규채용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연간 44만명 정도 자영업자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자영업자 붕괴는 내수 침체의 전주곡이고, 이는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한다.

새 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줄기는커녕 더 늘어 100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복지공약을 이행한답시고 설익은 세제개편안을 내놨다가 뭇매만 맞았다. 중산층만 쥐어짜려다 불발로 그친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세출 구조조정이다. 당연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부처 내 중복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부터 긴축했어야 옳았다.

STX 문제는 새 정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시험대였다. 대마불사는 없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STX 해법을 찾으면서 빛이 바랬다. STX 회생은 금융권의 희생을 담보한다. 결과가 나쁘면 동반부실할 수도 있다. 금융은 최후의 보루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STX 지원 학습효과’ 로 덧없는 희망만 키우고 있다. 어쩔 셈인가.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5개월여 만에 비서진 교체를 단행했다. 이는 특히, 경제 현안 선제 대응에 실패한 경제부처 수장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새정부 경제부처 수장에 대한 평가는 C학점 이하다. 취임 당시 70%를 넘었던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60%를 간신히 넘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의 서막이 오른 것은 분명하다. 희망 가득해야 할 새정부 출범 초기 풍경 치고는 살벌하기 짝이 없다. 신중함만 좇다보면 실기 할 수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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