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골프의 뻔한 거짓말

입력 2013-08-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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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한 달 만에 처음 채를 잡아본다.”

“베란다 창고에 골프백을 처박아두었다 두 달 만에 꺼냈다.”

“그동안 골프와 담 쌓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골프장에서 얼굴을 마주친 라운드 파트너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들이다. 아마도 이 말을 곧이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란 것을 자신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 이런 거짓말을 입에 달고 골프장을 드나들었으므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야말로 바보이거나 골프와 결별해야 할 사람임에 틀림없다.

골프의 발상지임을 자부하는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격언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골프 스코어의 현상 유지를 원한다면 적어도 1주일에 이틀은 연습해야 한다. 스코어의 향상을 바란다면 이틀에 한 번꼴로 연습해야 한다. 그러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최소한 두어 달 이상 연습으로 땀을 흘려보고 서너 번 라운드 해본 사람이라면 운동 같잖은 골프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실내건 옥외건 전국의 골프연습장마다 복중에도 땀을 비 쏟 듯하며 연습하는 사람으로 가득하고 연간 프로야구를 구경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사람보다 골프장 내장객이 더 많다는 사실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인기 높은 프로야구의 1년 동안 관중은 700만명에서 800만명 사이인데 반해 2012년 1년 동안 골프장에서 직접 라운드를 한 사람은 2700만명으로 집계됐다. 골프대회의 갤러리 숫자를 제외하고 실제로 라운드를 한 사람들의 숫자다. 여기에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까지 더한다면 400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이렇게 골프에 매달리는가. 많은 불가사의한 이유가 많지만 무엇보다 골프라는 운동이 뜻대로 되지 않는데다 결코 흘린 땀과 쏟은 정성에 결과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 회장을 역임한 분을 알고 있는데 골프 솜씨가 프로 뺨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어떻게 저렇게 골프를 잘 칠까 의아했는데 어느날 의문이 풀렸다.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 와이셔츠를 입은 채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러면 그렇지, 연습을 않고선 별 뾰족한 길이 없는 게 골프다.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고위공무원이나 의사, 기업인들 중에 이런 분을 많이 봤다. 겉으로는 거의 연습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승용차 트렁크에 골프채를 넣어 다니다 틈이 나면 언제, 어디서나 한두 박스의 볼을 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골프채를 놓지 않는 한 1주일에 두어 번도 연습하지 않으면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거나 내기에서 이기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골퍼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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