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보호무역주의]“한국 진격 막아라”방패 든 세계무역

입력 2013-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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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경제패권 선점 위해 자국산업 보호 앞장 철강전자 등 한국산 제품 수입규제 확산

19세기 중반, 청나라의 관리 임칙서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영국산 아편 2만 상자를 몰수해 불태웠다. 영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구실로 청나라에 아편을 대량 수출했다. 그러자 청나라는 아편을 덤핑 상품으로 판단, 이를 불태우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현재의 제도와 비교하면 임칙서가 택한 방식은 반덤핑 관세와 비슷하다. 두 나라의 보호무역 강화는 결국 아편전쟁을 불러왔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신(新) 아편전쟁’이라 불릴 정도다. 반덤핑 관세 부과, 상계관세 조치, 지적재산권 강화, 특허 소송,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을 규제하는 조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실시된 세이프가드 조사는 25건으로 2011년 11건에 비해 127% 늘었다. 2012년 반덤핑 조사는 208건으로 전년의 166건에 비해 25%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일부 제품 수입 금지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자유무역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행동이었기에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각 나라가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전통적 원인은 경제 침체로 인한 자국 산업보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호무역 강화 배경이 바뀌었다. 바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 아베노믹스의 등장 등 ‘경제 패권’이 보호무역의 원인이 됐다. 각 나라가 자국의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경제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보호무역이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경제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해지는 것에 발 맞춰 무역규제 조치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산업계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비상등이 커졌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대상 업체는 세아제강, 현대하이스코, 휴스틸, 아주베스틸, 대우인터내셔널, 동부제철, 일진제강, 금강공업, 넥스틸, 넥스틸QNT 등 10개 업체다. 이외에 호주와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에서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가전 부문도 곤혹스럽다. 미국은 올해 초 한국산 세탁기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전도 자국 산업의 보호라는 보호무역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커지면서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호무역을 감시하는 민간기구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럿(GTA)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한국을 대상으로 한 보호무역 조치 건수는 총 454건이다. 이는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보호무역 조치 대상 건수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도 수입규제 대응책을 강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입규제 대응반을 설치해 수입규제 대응력을 높였다. 그러나 강대국의 일방적 조처들을 어디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나라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하자 임칙서는 중국 북서부 오지인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이닝(伊寧)으로 유배를 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둥성에 그의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외세침략에 맞선 중화민족의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ICT 거부권 행사, 아베 일본 총리의 엔저(엔화약세) 정책 등 이들이 펼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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