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까스활명수로 쌓은 신뢰, 무너뜨린 동화약품- 박엘리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08-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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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 동화약품의 급성 설사약 ‘락테올’이 20년간 사실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환자들에게 처방돼 온 것이다.

동화약품은 락테올을 만들 때 신고했던 성분과 실제 사용된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2005년에 이미 인지하고서도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락테올에 사용된 원료는 모두 유산균 제제로 인체에 해롭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설사약이 아닌 항암제였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이것은 허술한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과 업체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식약처의 무지 등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창립 116주년을 맞은 동화약품은 락테올을 비롯해 액상 소화제 까스활명수, 상처치료제 후시딘 등 소비자의 무한 사랑과 신뢰를 받아 온 제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쌓아온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단순히 락테올 연 매출 34억원을 잃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퇴사한 직원의 실수라는 동화약품 측의 해명이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허가받은 수입원료와 실제 사용하는 수입 원료가 다른데 어느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단 말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얀센이 타이레놀 현탁액의 품질관리 미흡 등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한 달 동안이나 재고를 출하해 제품을 판매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비도덕적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식약처는 7만 가지가 넘는 의약품을 어떻게 다 관리하느냐고 하겠지만 외부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금 시스템상에서 해외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한 감시와 규제를 통해 의약품 안전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약사의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하기보다 재발 방지 대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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