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PD 죽음과 외주제작의 그림자

입력 2013-07-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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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미지급 사태 초래…김종학 PD 극단적 선택 한 원인

지난 23일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격이었다. 한국 드라마사의 거성 김종학 PD였기 때문이다. ‘수사반장’에서부터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까지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확장시킨 거장 PD의 극단적 선택에 외주제작을 비롯한 열악한 드라마 제작의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주제작사 난립과 문제

1990년대 초반 콘텐츠 활성화와 프로그램 제작 인프라 구축, 시장경쟁 체제 도입 등으로 등장한 외주제작사는 한류로 인해 급증하며 난립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외주제작도 크게 늘었다. 2012년 말 기준 외주제작업체가 896개이고, 이 중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156개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드라마 외주제작비율도 60~80%에 달한다. 외주제작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작품 제작을 할 수 있는 곳은 30여곳에 불과하다. 2012년 한해 동안 드라마를 제작한 곳은 34곳뿐이다. 영세한 규모, 비전문적인 인력, 제작 역량의 부재 등으로 외주제작사가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문제 있는 외주제작업체의 범람은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리고 드라마 사업 투자를 둘러싼 각종 사기사건, 연기자 인건비 미지급 사태를 초래하는 드라마 제작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KBS 13억원, MBC 18억원, SBS 12억원 등 모두 43억원의 미지급이 발생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불공정한 갑을 관계

외주제작사의 문제 중 상당부분이 방송사와의 일방적인 갑을 관계에서 초래된다. 편성에서부터 판권, 제작비 지급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전 부분에서 방송사는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며 많은 문제를 야기, 드라마 제작 상황을 열악하게 몰아 가고 있다.

우선 외주 드라마 편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부재가 문제다. “작품성, 독창성 등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나 제작 능력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한 뒤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와 스타 작가 투입 여부와 방송사 출신의 연고 여부 등을 고려해 편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의 말에서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은 엄청난 몸값을 지급하면서라도 스타와 스타 작가를 섭외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결국 드라마 제작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방송사의 제작비도 문제다. 현재 방송 관계자들은 외주제작에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드라마 전체 제작비의 50%선이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50%는 간접광고, 협찬 등으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이 무리한 간접광고나 협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분쟁이나 드라마의 질을 추락시키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방송사가 판권에서부터 제작비까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한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외주제작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한 외주업체 대표의 말이다.

◇스타의 권력화와 몸값

외주제작사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와 유명작가들의 몸값이다. 편성과 흥행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은 일부 스타와 특정 작가에 목을 맨다. 이 때문에 스타와 유명작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스타 작가의 몸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하면서 외주제작업체가 운영난을 겪으며 드라마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 현재 스타 연기자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5000만~2억원 선이고 유명작가는 회당 5000만~1억원선으로 스타 연기자와 작가의 몸값이 전체 제작비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제작비의 10~30%선이다. 이 때문에 스타가 출연한 작품이나 외주제작사는 망해도 스타의 몸값은 수직상승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한국 드라마 제작 상황이 악화일로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거목 김종학 PD를 극단적인 선택에 몰아넣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외주제작사의 문제와 시장 자정을 위해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드라마 제작요소 간의 상생을 위해 스타와 작가의 고액 출연료와 작가료 자제를 부탁하며 방송사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직적 갑을 관계를 벗어나 외주 드라마 제작사에 합리적 제작비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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