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나비- 박병순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주북부지사 대리

입력 2013-07-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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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날갯짓을 한다
가벼움이 날아간다

날 수 없는 나는
한발을 뗄 때마다 실리는 무게를 더해
땅속에 박혀갔다

아파트, 전기밥통, 김치냉장고,
자동차, 내비게이션, 핸드폰의 무게

고층 아파트에서
항상 따뜻한 밥과 철 지나도 시어지지 않는 김치를 먹고
아득한 거리를 손가락 몇 개 까딱여
낯선 길을 전혀 낯설지 않게 순간이동 하면서도
보고 싶은 사람은 작은 화면 속, 목소리 없이 만나는 사이

일 초, 이 초, 삼 초
두 다리에 실리던 가벼운 젊은 날들이
등짝에 짊어진 무게와 맞바뀐 줄 꿈에도 모르도록
두 다리와 몸뚱이는 땅속 깊히
단단히 박히고 있었다

뜬금없이, 무거움과 가벼움을 맞바꾸는
남편의 제의에 놀랐다
“걸어가자”
차로 5분 거리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아 30분간 걸어서
손을 잡네 마네 키득키득 실랑이를 벌이면서
겨우 신발 한 켤레를 사들고 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가벼움이 실린 묵직한 다리로
느릿한 하루를 걸어 돌아왔다

찬찬히 들여다본
걷는 거리는
생가지마다 연두빛이었다
불현듯, 사방천지 빛나는 밝음 속
자기 그림자
그 무거움에 깜짝 놀란 나비는
날개를 퍼덕거려
파란 허공을 날았다

가볍게 너무나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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