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행복도시 세종시에 드리운 그림자

입력 2013-07-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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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는 세종시 금남면 아파트에 얼마 전 큰 불이 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조손 가정에서 할머니가 외출한 사이 두 손주가 불을 냈다고 한다. 다행히 큰불로 번지기 전 두 손주는 피신해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집주인에게 피해보상을 하기에 막막한데다 전세금도 세종청사 이전 이후 두 배로 올라가 두 손주를 두고 사라졌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손주는 결국 보육원에 맡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청사가 정치인들의 요구로 서둘러 이전하다 보니 주위에 첫마을 아파트를 제외하고 마땅한 주거공간이 없어 주변 전·월세금 급등을 불러일으켰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도 세종청사 이전에는 전세금이 보통 2000만원선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전세금이 9000만원까지 올라 기존 세입자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많이 살다 보니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도시로 떠나는 일도 있다. 세종시 인근은 이미 전·월세금이 급등해 있어 세종시 주변에 방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세종시에 정부청사를 이전시켰지만 오히려 돈 없는 거주민들을 다른 도시로 쫓아내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주택공급량 부족으로 세종시 인근에는 빈 땅만 있으면 다가구 주택이나 원룸을 짓고 있어 당장 내년 하반기 공무원 입주 아파트가 다 건설되면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행복도시가 기존 거주민들에게는 불행도시로 표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자가 사는 세종시 금남면 일대는 유흥업소나 티켓다방이 즐비해 자녀 교육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저녁 이후에는 거주민들이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도 태부족이어서 기존 거주민을 비롯한 이주 공무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탁상행정 때문에 도로가 좁아 올해 말부터 22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하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정치적 요구에 떠밀려 세종청사 이전을 서두르다 보니 많은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세종청사 도시계획을 다시 현실에 맞게 짤 필요가 있다.

올 연말에 이전하는 정부세종청사 2단계 입주 계획 부처들의 입주시기를 늦추더라도 기반시설이나 도시계획을 재정비한 후 이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딱치고 돌격’식으로 이전을 강행한다면 폐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자칫 돈 없는 기존 거주자들을 모두 타 도시로 밀어내고 돈 있는 사람들만 행복한 세종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종청사는) 멋만 실컷 부렸지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지적처럼 세종시 역시 겉멋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거주자의 편리와 도시의 멋을 겸비한 도시를 만들어야 세종시가 진정한 행복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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