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어떻게 공감(共感)은 공분(公憤)이 되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07-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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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선망에서 공감으로 바뀌었다. 신비적인 아우라가 남아있던 시대에 연예인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중들은 그들을 우러러봤고 우리와는 다른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카메라와 모니터가 생겨난 이래, 이 연예인의 아우라는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그 수많은 눈이 증언하는 것은 연예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연예인들은 같은 감정을 나누고 전해주는 공감의 대상이 되었다.

차인표처럼 ‘선행’, ‘봉사’가 떠오르는 연예인은 나눔의 의미를 공감하게 만들고, ‘꽃보다 할배’의 신구처럼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면서도 청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연예인은 그 겸손의 의미를 공감하게 만들며, 유재석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를 주워 자기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연예인은 그 성실의 의미를 공감하게 만든다. 이제 연예인들에게 어떤 공감대란 그들의 지지기반이 되기 마련이다. 실력조차 이 공감대 없이는 대중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다.

사고를 친 연예인들이 자숙기간을 갖거나 심지어 영원히 퇴출되는 이유는 한때의 잘못 혹은 실수로 바로 이 공감대가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이혁재는 단 한 번의 폭행사건에 휘말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티아라는 왕따 논란과 함께 잘못된 소속사의 매니지먼트 때문에 대중들과의 공감과 소통에 실패했다. 신정환은 한 번 실수에 대중들이 기회를 주었지만, 또 실수를 저지르고 심지어 거짓을 꾸밈으로써 영원히 퇴출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혁재든, 티아라든, 신정환이든 실력이 없다 말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이들은 공감대를 잃었기 때문에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선망이 공감으로 바뀌면서 동시에 그 자리에 공분이 생겨났다. 물론 공분이란 딱히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지대라면 어디서든 우후죽순 피어난다. 이것을 연예인에만 국한시켜 얘기하는 것뿐이다. 연예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야 비로소 그 존재가치가 입증되는 직업군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공감을 먹고 살아야 할 이들이다. 하지만 이 공감은 순식간에 공분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요즘은 심지어 말 한 마디, 글 한 줄, 행동 하나도 공감을 공분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연예병사 군기 문란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제대한 비는 향후 활동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 연예병사들의 문제에 대해서 ‘한때의 혈기 왕성’ 운운하며 ‘그럴 수 있다’, 심지어 ‘나도 그런 적 있다’고까지 언급한 정준호는 지나친 후배 사랑이 독이 되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100만원’ 발언으로 순식간에 뭇 남성들의 공분을 산 안선영은 이런 현상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식의 말투나 현실을 강조하는 이야기 스타일은 바로 안선영이 늘 방송에서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엄청난 공분이 일어나는 걸 보고 그녀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선망이 공감이 되고, 공감이 공분이 되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대중’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부각이다. 과거의 대중이라면 어딘지 낮게 보거나 이성적이지 못하고 휩쓸리다가도 어느 때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그런 존재들로 상정되곤 했다. 하지만 스마트해진 세상 덕분일까. 대중들은 저마다 갖고 있던 의견들을(그전에는 산산이 흩어졌던) 스마트한 미디어 위에서 하나로 모아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감은 수용되는 것이지만 공분은 표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뉴미디어의 쌍방향적인 힘은 중요하다. 의견을 모으면 현실도 바뀐다는 것을 체험한 대중들은 막연하게나마 ‘대중의식’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바야흐로 대중의 시대. 대중문화의 수용자로만 존재했던 대중들은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화의 생산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를 자각한다면 최근 벌어진 일련의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들의 작은 행동이 사실은 얼마나 큰일이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천 냥 빚을 갚을지, 논란에 휘말릴 것인지는 이제 그 작은 행동들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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