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포상금제의 명암]971개 운영·예산 200억… 불법담합행위 신고 최대 30억

입력 2013-07-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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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포상금 어디까지 왔나

“1급 발암물질 버린 업체 신고해서 포상금 받았습니다!”

한 파파라치가 포상금 관련 카페에 불법 사례를 적발한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러자 “우와 로또 맞으셨네요~ 축하합니다”, “대박!! 자료준비 철저히 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부러운 시선이 이어졌다.

신고포상금 제도(이하 포상금제)는 일반 국민 또는 공무원들이 특정인(또는 집단)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신고하면 정부로부터 받는 보상금을 말한다. 각종 범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포상금제가 운영되고 있거나 제도 신설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무려 971가지 포상관련 제도… 예산만도 200억원대

포상금제가 생겨났을 당시만 해도 국민은 ‘남의 잘못을 고자질해 돈을 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 제도는 행정 사각지대에 놓여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불법행위를 잡아낸다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은 곧 사라졌다. 이후 ‘신고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군의 하나로 변화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포상금제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간첩신고전화 113이 이 제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간첩신고제도는 1981년부터 300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해 1995년에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후 2009년 신고번호를 111로 바꾼 뒤 2011년 포상금도 5억원(간첩선 7억5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를 계기로 포상금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됐다. 1973년엔 병역 기피자 포상제가 신설되는가 하면 1978년에는 금융권의 불법 대출을 막기 위해 실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1996년 서울 서대문구 등에서 쓰레기 무단투기 포상금제를 시작했고, 같은해 불량식품 신고엽서함을 설치하면서 불법위해식품 포상금제를 실시했다.

2001년엔 교통법규 위반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제도가 큰 효과를 봤다. 증거를 확보해 신고하면 건당 3000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이는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등의 긍적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계기로 2012년 기준 28개 중앙행정기관 70개, 전국 16개 지자체 901개 등 총 971개의 포상금제가 운영되고 있다. 운영을 위해 투입된 예산만 200억여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부정 불량식품 포상제’와 ‘학원 신고 포상금제’가 가장 신고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부정 불량식품 포상제는 무허가식품제조, 부정불량식품판매, 유통기한 및 제조일자 변조, 청소년유해업소 불법행위, 건강식품 허위 과대광고행위 등에 대한 신고자에게 1만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학원 신고 포상제는 학원비 과다 징수나 불법 고액과외 행위 등을 신고하면 최고 2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상금도 단계별로 다르다. 학원비 초과 징수 및 교습시간 위반 신고는 30만원, 무등록 학원·교습소 신고는 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억 단위의 포상금이 지급되는 분야도 있다. 불법선거 신고포상제는 거액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행위, 공천대가 수수행위, 공무원의 조직적 불법선거운동 개입행위 등 은밀하게 이뤄지는 중대 선거범죄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고 5억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부패신고 역시 보상금 지급한도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법담합행위 신고 포상금은 최대 30억원,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행위 신고 보상금은 20억원 범위 내에서 지급된다. 2011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하수관 정비사업 공사비 편취를 신고해 3억7100만원의 역대 최고 보상금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불법사금융 포상금제도 마련됐다. 불법 추심, 기준 초과 고금리 등이며, 포상금 금액은 10만~50만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학파라치’부터 ‘짝파라치’까지… 종류도 천차만별

막대한 상금이 오가면서 남의 뒤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전문 ‘파파라치’들이 서서히 생겨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를 제보해 포상금을 타낸다. 주업으로 하는 사람과 부업 삼아 하는 등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전업 파파라치는 대략 100여명, 부업 개념으로 파파라치를 하는 사람도 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파라치’라는 식의 이름을 붙이며 은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액과외 등 학원 불법영업을 적발하는 ‘학파라치’, 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파는 행위를 신고하는 ‘청파라치’를 비롯해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담파라치(담배꽁초 무단투기 적발)’ ‘성파라치(불법 성매매 위반 적발)’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에 ‘세파라치(탈세 적발)’ ‘낙파라치(불법 낙태시술 적발)’ ‘병파라치(병역기피 행위 적발)’ ‘짝파라치(짝퉁 판매·제조 적발)’ ‘잡파라치(불법 직업소개소 및 허위 구인광고 적발)’ 등 다양한 이름의 헌터들이 태어났다.

포상금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파파라치 양성학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포상금 로또’를 노리는 파파라치 지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고성능 망원카메라, 시계·자동차열쇠로 위장한 특수카메라 등 최첨단 특수장비를 활용한 사용법, 현장에 투입 됐을 때의 행동지침, 법률지식 등을 배운다.

가장 쉽게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에서도 포상금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느낄 수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신고 포상금’을 검색하자 상상 이상의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포상금과 관련한 카페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중 한 카페는 회원수만 7100여명에 달했으며 회원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은 포상금 제도가 무엇인지 기초부터 알려주는 것은 물론 파파라치들의 성공 사례, 포상금을 다룬 뉴스를 모은 페이지 등 카페 내의 정보가 자세하고 전문적이다.

특히 포상금 제도를 약 40여가지로 세분화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제보를 통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포상금제, 찬반론 팽팽

신고포상금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맞서고 있다. 전문파라라치를 양산하고 국민 간 불신을 조장하거나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생겨난다는 비판과 동시에, 행정 공백을 국민이 직접 메워 법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긍정론이 대립하고 있다.

신고포상금제가 사회적으로 감시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제도가 생겨날 때부터 제기됐다. 특히 신고포상금제 도입 후 영세 자영업자 또는 서민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정 전 의원은 포상금 제도에 대해 “신고포상금제가 너무 많이 생겨나면서 주변 사람을 범죄자로 간주하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신고자들도 법 질서를 지킨다는 마음에서 신고해야 하는데, 돈을 쫓아 신고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불법 행태에 대해 민주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신고포상제를 잘 활용하면 건전한 신고문화가 정착되고 이로 인해 국민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흥식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포상금제도가 시민사회교육의 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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