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만 해도 휴대폰 부품의 40%는 외국에서 수입해왔습니다. 지금은 국내 부품 사용률이 90% 이상이죠.”
26일 경기 수원시 매탄동에 자리한 삼성전자 모바일연구소(R5)를 찾았다. 말끔하게 단장해 새로 입주를 시작한 건물은 삼성의 지난 20년 혁신의 정점을 보여주듯 다분히 ‘하이테크’ 분위기가 가득하다.
2층에는 삼성전자 혁신의 근원인 이노베이션포럼(SIF)이 문을 열었다. 삼성이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의 위상을 쌓아올린 근원지에는 ‘이노베이션 포럼’이 존재한다. 행사는 과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로 시작했다. ‘우리(삼성)와 1등의 격차’를 과감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드러내 자각심을 일깨운 개기였다.
삼성전자가 격년 단위로 열어온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한 행사로, 삼성 제품들의 과거와 오늘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부류의 비교테스트와 비교시승 등은 언제나 2~3등의 몫이었다. 1등은 다른 제품과의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스스로의 위상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달랐다.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과 변화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노베이션 포럼은 이같은 노력의 정점에 존재하는 셈이다.
전시장에 앞쪽에 구형 브라운관 TV와 오래된 VCR 등이 놓여있다. 이제는 사라진, 세탁통과 탈수통이 구분돼 있던 그 옛날 삼성 세탁기도 자리를 잡았다.
우리에겐 추억이지만 삼성에게는 부끄러운 과거였다. 당시 삼성TV는 헐값에 팔아도 수출이 안됐고, VCR은 툭하면 고장이었다. 금형이 맞지 않아 뚜껑을 못닫았던 세탁기는 출고직전에서야 커터 칼로 모서리를 깍아내기도 했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삼성은 ‘이노베이션 포럼’ 맨 앞자리에 이 같은 과거를 펼쳐놓았다. 과거는 부끄러웠지만 현재와 미래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노베이션 포럼은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질’(質) 중심의 신경영‘을 선포하고서 삼성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은 옛날과 지금의 부품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1995년 나온 1세대 아날로그 휴대폰은 벽돌 만 했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S4’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포럼은 삼성의 사내 행사다. 그러나 2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되새겨보기 위한 '과거로의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2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