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의 투자금(펀드) 인출 사실을 몰랐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는 SK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한 자금을 최 회장이 빼돌렸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4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서 “(2010년) SK에 대한 세무조사 이후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으로부터 ‘최태원 회장은 펀드 인출 사실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김 전 고문이 펀드 인출 사실을 최 회장에게 얘기한다고 해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어서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열린 9차 공판에서도 “2011년 보석으로 풀려난 뒤 중국에 있는 김 전 고문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은 몰랐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펀드에서 빠져나간 451억원이 메워지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몰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재판부가 “3개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900억원으로 펀드에서 빠져나간 451억원을 되갚는 등 9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최 회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내가 보고하지 않아 (최 회장이 사용처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즉, 최 회장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계좌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사실은 물론 되돌아오는 과정도 몰랐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에 변호인 측은 “만약 최 회장이 김 전 대표에게 451억원의 인출을 지시했다면 나중에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900억원으로 되 갚았다는 사실을 당연히 보고했을 것”이라면서 “최 회장이 인출 사실을 몰랐음을 말해주는 정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 형제의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2시에 속개되며, 김 전 대표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이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