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조세피난처에 ‘사모’ 118개… 케이맨제도만 7조6500억

입력 2013-06-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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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개로 출발 매년 20~40개 늘어… ‘사모펀드’ 올들어 4월까지 13개 설립

▲CJ그룹 비자금 조성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역외펀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펀드에는 상당수의 ‘검은머리 외국인’이 숨어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역외펀드는 해외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자금을 모아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내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규제는 물론 세금까지 피할 수 있다. 검찰은 CJ가 역외펀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제2의 CJ그룹’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금감원에는 211개의 역외펀드가 등록돼 있다. 특히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펀드(사모)는 118개에 달한다. ‘현대판 보물섬’인 셈이다. 관계자들은 이 펀드들에 ‘검은머리 외국인’이 상당수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역외펀드는 총 211개로 공모펀드는 34개, 사모펀드는 177개로 나타났다. 이는 역외펀드 등록건수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1년 6월말 94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유형별로는 소수의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한 사모(전문)펀드가 177개(83.9%),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일반)펀드가 34개(16.1%)로 사모가 공모에 비해 5배 가량 많았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의 펀드들이 조세피난처에서 설립됐다.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사모펀드는 지난 2009년 5개에 불과했으나 2010년 31개, 2011년 40개, 2012년에는 29개 등 매년 20~40개에 달하는 펀드가 추가 설립됐다. 올해는 4월까지 13개의 사모펀드가 새로 만들어졌다.

가장 많은 역외(사모)펀드가 설립된 곳은 영국령 케이맨제도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케이맨제도 투자자는 기관과 개인을 모두 합쳐 총 27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전체 외국인투자자(3만6331명)의 7.7%에 해당한다. 이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 보유액은 총 7조6500억원에 달한다. 주식이 6조5650억원, 채권이 1조850억원이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은 규모 면에서 앞선다. 룩셈부르크 국적의 투자자의 국내증시 투자 규모는 4월말 현재 42조448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적 투자자는 22조5170억원어치의 주식과 채권을 갖고 있다. 비밀계좌를 많이 개설하는 곳으로 유명한 스위스는 9조9940억원,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홍콩으로부터의 투자액은 7조9390억원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경우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따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코스닥시장에서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투자자가 100억원을 매수하고 90억원을 매도한 것만 나타나 있다.

역외펀드는 늘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1999년 BBK사건 김경준씨는 역외펀드인 MAF를 설립해 주가를 조작했고, 2001년 한국기술투자 역시 역외펀드를 이용해 주가를 조종했다. 벤처투자회사가 말레이시아 라부안섬에 있는 2개의 역외펀드를 이용해 코스닥 등록기업인 바른손의 주가를 12배까지 끌어올린 것도 대표적이다.

문제는 역외펀드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주가조작은 해당 국가과의 공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조사가 더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신고서에 나오는 국적만 갖고는 진짜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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