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열정과 냉정 겸비한 명장

입력 2013-05-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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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영원한 것은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8일 오후 은퇴를 선언했다. 맨유 벤치에 앉아있는 퍼거슨의 모습은 올시즌이 끝이다.

1986년 11월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퍼거슨은 무려 27년간이나 맨유를 지도했다. 그가 없는 맨유나 맨유를 떠난 퍼거슨은 모두 상상하기 어렵다. 1945년부터 약 25년간 맨유를 이끌었던 전설의 감독 매트 버스비의 기록도 가뿐히 넘어선 퍼거슨이지만 그 역시 하루하루 지속되는 생존경쟁을 버텨내기는 쉽지 않은 나이에 이르렀다.

리그 우승, FA컵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컵위너스컵(UEFA컵과 흡수 통합돼 현재는 유로파리그로 발전), 클럽월드컵 등 클럽팀 감독으로서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우승 타이틀을 들어올린 퍼거슨이다.

잉글랜드 클럽 감독은 대개 지도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매니저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때문에 전술이나 경기 운영 전반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 선발까지도 감독의 몫이다. 타리그의 경우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구단측에 요청할 수는 있지만 잉글랜드에서는 정해진 예산에 따라 선수를 뽑는 역할까지 감독이 맡아야 한다.

퍼거슨의 선수보는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루트 판 니스텔로이, 웨인 루니, 로빈 판 페르시처럼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춘 선수들을 영입한 경우도 있지만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등은 어린 시절부터 퍼거슨의 지도를 받아 대스타의 길로 접어든 선수들이다. 조지 베스트, 보비 찰튼 등이 이른바 ‘버스비의 아이들’을 대표하는 선수였다면 긱스, 스콜스, 베컴 등은 ‘퍼거슨의 아이들’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나니 등과 같이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해 수퍼스타로 만들어내는 안목 또한 뛰어나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박지성을 영입해 세계정상급 스타로 키워낸 인물 또한 퍼거슨이다.

전략이나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능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인 명문 맨유에서 25년이 넘는 기간동안 감독을 맡아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퍼거슨은 심리전에도 능하다. 전 첼시 감독이었던 조세 무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와는 지금도 맞대결이 성사되면 설전을 주고받는다.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과도 맞대결을 앞두고는 묘한 신경전을 펼치며 신경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신흥 강호로 떠오른 동일 연고지 내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 대해서는 “시끄러운 이웃”이라는 단어로 일축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퍼거슨은 하지만 선수들과의 결별 시점에서는 차가운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하기도 한다. 베컴과의 결별 과정에서 퍼거슨이 라커룸에서 축구화를 걷어 차 베컴이 눈 주위가 찢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득점왕을 차지했던 판 니스텔로이 역시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라는 명목 하에 출전시간을 크게 잃었고 결국 레알로 이적했다. 30대 중반을 향하는 베테랑 선수들과는 주로 다년계약보다 1년 단위로 계약하며 확실하게 선을 긋는 냉정함을 보이기도 한다. 박지성 역시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음에도 자연스럽게 주전에서 멀어지며 퀸즈파크 레인저스로 자리를 옮겼다. 침착할 때는 한 없이 침착하고 온화한데다 승리를 위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퍼거슨이지만 선수의 효용가치를 판단할 때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승부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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