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상암동 골목길- 심지혜 팬택 디자인실 국내디자인팀 전임연구원

입력 2013-04-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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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살이 내리쬐고,
엉켜버린 전선줄 같은 상암동 골목길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으로 읽어나간다.

페인트가 벗겨진 파란 문틈 사이로
평상에서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질퍽한 화분에 누군가가 손수 심어놓은
해바라기, 맨드라미, 소국은 나의 시계보다 천천히 흘러간다.

상암동 골목길은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할머니는 산책을 시킨다기보다
강아지에게 못 이겨 끌려가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공사 터에서 일하는 남자의 러닝셔츠 자국은
힘겨운 노동을 상기시켜 고개를 숙이게 한다.
구석구석 텃밭에, 심지어 대문 위에 자리한 의외의 화단에
날이 추워지면 웅크려야 하는 걸 자연은 아는지
마지막 기지개를 활짝 펴는 것 같다.

빠르게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느리게 가는
상암동 골목길을 마주하고 있다.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우. 리. 는. 숨. 을. 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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