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정년 연장과 일자리 나눔

입력 2013-04-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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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정년연장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보장된다. 당장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입장에서는 반색할 일이다.

새정부의 정책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정년연장법 통과도 고용증대 내지는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고 보면 정책 방향에 어느 정도 부합한 듯하다.

잠시 조선시대로 돌아가보자. 당시 평균 수명은 40세 안팎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이른바 정년제도가 있었는데, 바로 치사제도가 그것이다. 나이 70세가 되면 자원해서 물러나도록 한 것인데, 지금보다 정년이 10년이나 길었다는 게 이채롭다.

정년이 돼 물러났다 해도 다시 필요하면 임용하기 다반사였다고 한다. 원로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지난 2000년. 당시 유엔인구보고서는 한국, 일본,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등 8개국이 노동인구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정년을 최저 77세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 20년 후에는 외국 이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어느덧 의학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남자 평균 수명 77세, 여자 평균 수명 84세인 시대가 왔고, 100세 시대를 논하는 때가 도래했다. 정년 60세도 낯뜨겁게 됐다.

정년 연장은 반길 일이지만 당장 온라인상에서는 젊은층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이제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아버지뻘 세대와 자식 세대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젊은층보단 중장년층만 생각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정년 연장에 대한 반감은 한결같다. 젊은층의 출사길을 막는다는 이유 하나다. 바로 ‘나눔’을 간과했다는 강한 불만의 표출인 셈이다.

정년연장법 통과를 놓고 금융권의 반응도 사뭇 엇갈린다. 사측은 정년 연장으로 신규채용 축소나 비용부담 등을 우려하고, 노조 측은 정년 연장의 꿈이 이뤄졌다며 반기고 있다. 금융노조는 올초 임금단체협상에서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리는 방안을 핵심 안건으로 추진한 바 있다.

금융권은 어느 산업계보다 강도 높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정년 연장은 반길 일이지만 이에 따른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용 부담에 떠밀려 신규채용 축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정년 연장에 따른 사측의 부담 경감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시행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조선시대에도 지켜졌던 정년 70세, 불과 13년 전 예측됐던 정년 77세 시대의 도래.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무슨 준비를 해왔던 것일까, 젊은층의 패기와 정년 임박자의 경륜이 조화를 이룰 때 상생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나눔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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