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무덤가에 앉아 울지 마라
무덤 주인의 빛나던 생의 시절은
무덤과 함께 잠들었다
난 울지 않겠다
울기로 작심하면
화려한 삶의 기쁨들도
젖어버리지 않겠느냐
사랑의 종언이 올 때에도
심장이 서는 순간에도
옛사랑의 수많은 그림자 아롱거린다
쓸쓸하다는 것은
옛사랑의 상처를 홀로 핥는다는 것
이른 아침 문 밖을 나서다
신발에 스친 첫 볕에도
관절 마디마디 쑤셔오는 따스한 통증
진통제로도 멈추지 않는 기억 꽃불처럼 일어난다
민들레는 벌써 홀씨를 털고 있다
삶 줄기의 기쁨과 슬픔
그 한 몸뚱이를 기억하리라
울 때 웃던 때를 생각하고
웃을 때 또 다시 웃을
먼 어느 훗날을 생각하리라
울지 마라
무덤가에 앉아 아프게 울지 마라
길가엔 비에 젖은 꽃들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