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은 광고 전쟁터]스포츠는 없고 광고만 있다

입력 2013-04-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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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공간 9개 광고판… 경기보다 치열한 ‘그들만의 리그’

‘광고장이야? 경기장이야?’

지난달 30일 드디어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직장인 박현창(35)씨는 오랜만에 집에서 야구경기를 시청하다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광고가 스포츠 중계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광고가 따라붙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최근 들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중계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TV 중계방송에 비쳐진 광고들은 ‘홍수’라는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았다. 3월 30일 4개 구장에서 치러진 8팀의 경기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였다.

김종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는 구장이 대부분 구단 소유이기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엔 모든 야구장을 지자체가 소유하기 때문에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야구장의 광고 범람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광고 선호도가 높은 위치인 포수 뒤쪽 옥외 광고판에는 다양한 상품을 알리는 광고들이 즐비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무려 9개의 광고판이 있었고, 여러 개의 광고들이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TV에 비쳐지고 있었다. 다른 구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관중과 시청자들은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시청자의 자유로운 스포츠 관람이 불가능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여기에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는 야구팬들도 불편함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야구장이 시민들의 문화공간이 아닌 지자체의 수익을 올리는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팬 최한민씨는 “잠실구장에만 들어가는 광고가 수십 개인데 이로 인해 지자체의 수익이 엄청난 걸로 안다. 그렇게 올린 수익은 가장 먼저 경기장을 위해 써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해를 거듭해도 경기장은 변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수익을 다 어디에 쓰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TV 중계 도중 영상 형태로 방송되는 ‘가상광고’에 대해 날이 선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가상광고가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활성화되자 시청자 주권 및 방송 공익성을 저해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는 전체 방송광고 시간이 증가해 경기 시간을 늘리는가 하면 간접광고를 금지하는 법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연합 국가 등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가상광고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는 야구가 광고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인기와 비례한 경제논리로 지자체들은 많은 광고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선수들과 관중,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광고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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