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단 한번의 입상’ 뒤에 숨은 땀

입력 2013-04-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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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이 체육 및 예술 분야 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병역면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8일 병무청은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 앞서 “체육, 예술요원으로 편입되는 게 병역면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하며 “한번의 입상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불합리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체육요원으로 편입된다. 사실상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셈이다. 국위선양에 일조한 부분을 참작해 병역 혜택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병무청은 이를 개정해 국위선양 기여 실적에 따라 대회별로 평가점수를 매긴 뒤 누적 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에만 병역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대한체육회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 훈련에 전념해도 극소수만 입상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즉 “단 한번의 입상으로 병역을 면제받는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병역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민감하다. 유승준, MC몽 등과 같은 사례를 예로 들지 않아도 병역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여론 역시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한다.

그런 취지에서 병무청이 언급한 “한번의 입상으로…”라는 단어의 선택은 결코 신중하지 못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 땀을 흘려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굳이 메달리스트들이 방송에 나와 얼마나 힘든 연습의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 대부분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과정들을 모두 생략한 채 “한번의 입상으로”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사실에 체육계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서 비록 메달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여러 대회를 통해 꾸준한 성적을 올릴 경우 누적된 점수로 병역 혜택을 주겠다는 병무청의 좋은 취지까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약 75% 응답자들은 “선수들의 사기저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고, 20%를 조금 넘는 응답자들만이 현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모든 제도에는 기준이 있게 마련이고 그 기준은 모든 사람들의 조건을 100% 맞출 수 없다. 제도로 인해 기대 이상의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또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돼 온 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탁상공론이 아닌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바뀐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혼란과 불합리성, 사회적인 통념에 부합하는지 등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병무청이 이번에 개선하려고 하는 체육 및 예술분야 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병역면제 기준 강화 역시 마찬가지다. 병무청이 발표한 개정안은 분명 기존의 제도에서는 병역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체육 및 예술 인재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순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잘못된 단어의 선택으로 애초의 좋은 취지조차 무색케 하는 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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