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라면과 첫사랑, 한계효용법칙 - 이준훈 시인·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4-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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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영화 <식객>에 나오는 대사이다.

답은 ‘배고플 때 먹는다’이다. 배고플 때 먹는 라면, 그 맛 최고다. 그럼 얼마나 먹는 것이 좋을까. 한 사발로는 부족해 하나를 더 끓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첫 번째 것에 비해 단연 그 맛이 덜하다. 그럼 세 사발 째 먹는다면? 맛을 거의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라면만이 아니다. 모든 음식이 그렇다. 첫 번째가 가장 맛이 좋고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맛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만약 네 사발의 라면을 먹어야 한다면? 아마 강호동이라 할지라도 큰 고통일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연애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첫사랑, 절대 잊을 수 없다. 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여자 친구 손을 잡았던 그 순간,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감동은 줄어든다. 줄어들 것이다.

이 ‘첫사랑의 법칙’, 한계효용법칙을 소득 분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100억원 부자와 100만원 서민에게 100만원을 분배하는 정부가 있다고 하자. 물론 100만원 재원 대부분은 부자가 낸 세금일 것이다. 우선 납세 비례대로 분배할 수 있겠다. 달리 각자에게 50만원씩 배분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 效用, 만족도가 클까’는 물으나 마나한 질문이다.

경제민주화란 이렇게 사회 전체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아닐까.

기왕의 정책이 납세액 비례로 재분배를 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효용을 가장 높이는 쪽으로 소득재분배를 추진하는 것 아닐까. 부자는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부자의 기분 나쁜 것을 합친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만족감이 훨씬 클 것이다.

대표적인 소득 재분배가 복지다. 신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인상, 4대 중증질환의 국가 부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자기 돈으로 자식들 가르쳤고 개인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좀 억울하겠지만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대단히 고마운 정책이리라. 다만, 그 약속 그 말대로 잘 지켜지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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