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출구가 없다]거품꺼진 재건축·재개발… 이젠 애물단지로

입력 2013-04-03 13:38 수정 2013-04-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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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직격탄'… 사업추진 차질·지분가치 하락

재개발 사업장이 처리 곤란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당당히 최고 부동산 재테크 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1980년대 서울의 재개발 예정구역은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수직상승할 수 있는 올곧은 통로였다. 재개발 예정지에 집 한채만 갖고 있으면 번듯한 아파트 한채가 고스란히 생겼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 수도권 신도시 개발 붐에 밀려 인기가 주춤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2002년 이후 재개발 사업장은 또다시 호황을 맞게 된다. 은평·길음·왕십리가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된 후 투자 붐을 타고 서울 웬만한 동네는 죄다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분값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완공 후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특히 저밀도 아파트가 몰려있던 서초 반포지구, 강남 청담·도곡지구, 송파 잠실지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자고나면 수천만원이 뛸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개발·재건축 대상 주택이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변곡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국내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리막길을 탔다. 거품이 잔뜩 꼈던 재개발·재건축 주택값의 하락폭은 더 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2년 서울시내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1630만원이었지만 2007년에는 3101만원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2743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이후 약보합세가 이어지면 올들어 272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실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8㎡는 2007년 13억5500만원에서 올 3월 말 현재 7억5750만원으로 44% 가량 집값이 하락했다. 인근 대치은마 113㎡는 12억2500만원에서 8억7500만원으로, 잠실주공5단지 119㎡도 14억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재개발 지분값은 2010년 3.3㎡당 평균 2555만원에서 올 1월 기준 2476만원으로 3.66% 하락했다. 마포구 합정·성수전략정비구역과 강동구 천호뉴타운,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등이 지난해 5~10% 급락하며 지분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가격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거래는 뚝 끊긴 상황이다.

신길뉴타운 P중개업소 관계자는 "신길16구역의 경우 작년 초 3.3㎡당 1400만원 선이던 재개발 지분값이 지금은 1200만원 대"라며 "하지만 매기가 없어 지분가 산정에 대한 의미 자체가 무색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이르면 이달 말 뉴타운과 재개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본격 구역 해제에 나설 방침이어서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대폭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태조사 대상이 방대하고 찬성쪽 주민의 반발도 있어 구조조정 선별작업이 단기간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며 "구조조정 작업이 일단락됐거나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곳에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위축될대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투자가치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남는 부지가 없는 도심지역에서 신규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은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도심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 반사적으로 이들 물량이 재조명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새정부 대책 기대감에 움직였던 시장의 출렁임이 개포동 재건축과 잠실 재건축을 중심으로 움직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부동산 시장 회복 시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특히 정부의 4.1대책에 따라 고점 대비 낙폭이 큰 매물의 경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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