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3월호를, KDI도 10일 3월 경제동향을 각각 펴냈다. 같은 경제지표를 두고 두 기관의 분석은 큰 시각차이를 나타냈다. 기재부의 분석은 부정적인 진단이 많았던 반면 KDI의 분석은 낙관 일색이었다.
기재부 지난 7일 발표한 그린북에서 “고용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고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가 다소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실상 실물경제 전 분야에 걸쳐 위험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셈이다.
KDI는 반대였다. 특히 고용 분야에서 KDI는 “취업자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기재부와 정반대인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소비의 부진을 빼고 내수와 수출의 부진만을 언급했다. 경기 흐름에 대한 표현 방식도 “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소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같은 지표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 취업자수가 증가했다고 하는 내용의 비교 대상인 지난해 12월의 수치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에 취업자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부문에서도 두 기관의 분석은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기재부는 1월 소매판매가 줄어든 통계청 자료를 제시한 반면 KDI는 “민간소비가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소비자 심리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KDI는 이밖에도 거의 모든 부문에서 기재부보다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가장 공신력이 있어야 할 두 기관의 분석이 서로 엇갈리면서 시장으로서는 어떤 분석을 참고해야 할지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현오석 원장을 경제부총리 후보로 배출한 KDI가 새 정부에 대한 협조적 성격의 분석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아울러 KDI는 분석과 함께 전문가들의 경제전망 설문조사를 인용,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앞서 현 원장은 부총리 내정 직후 인터뷰에서 ‘빠른 경제회복’을 제시하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암시한 바 있어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현오석 후보자는 2009년부터 4년 동안이나 KDI의 원장을 역임했다”며 “KDI가 새 정부나 현 원장에게 친화적인 분석을 내 놓을 동기는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