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운의 재계 인사이드] MWC에서 본 동북아 IT 삼국지

입력 2013-02-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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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 경제는 엔저(円低)에 치이고, 중국에 쫓기는 이른 바 ‘샌드위치’ 형국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며 안심했던 중국은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고, 일본은 국제 사회의 비난도 굴하지 않고 엔저 정책을 고수하며 한국을 압박해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반도체·철강·선박·석유화학·자동차부품 등 총 61개로 전년(71개)보다 10개나 줄었다. 세계 1위에서 밀려난 품목이 26개, 새로 1위로 올라선 품목이 16개다. 세계 1위 품목의 수출액도 2010년 1256억1000만 달러에서 2011년 1034억3000만 달러로 17.7% 감소해 2007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요한 부분은 한국이 세계 1위에서 밀려난 품목 26개 중 절반에 가까운 12개 품목을 중국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가장 큰 무역 경쟁국이다. 수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1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선박·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전자응용기기 등 5개 품목이 중복됐다. 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한 해 전인 2000년 양국의 중복 품목이 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중복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 30.8%에 달했지만 중국은 14.9%에 불과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의 성적표는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저효과가 본격화되자 파나소닉 등 대형 전자업체들의 실적이 급상승하며 부활하는 모양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서도 이같은 ‘한-중-일’의 얽히고 설킨 경쟁구도를 찾아 볼 수 있었다.

모바일 기기는 전 세계 IT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아이템이다. 싸구려만 만들고 있었던 중국은 화웨이, ZTE를 중심으로 품질을 대폭 끌어올렸다. 제품 사양은 이미 삼성이나 LG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며, 마감 등 감성적인 부분도 예전과 궤를 달리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사양 따라잡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경험으로 터득했다. 현재 중국의 속도를 볼 때 일부 국내 업체는 추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업체도 마찬가지다. 소니에릭슨은 시장에서 실패했지만 소니가 지분을 완전히 인수한 뒤에는 경쟁력을 되찾았다. 한국이 미국의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1위에 올라서자 마자, 중국과 일본의 협공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 중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를 넘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영업이익 중 무려 70% 가량의 비중울 가지고 있다. LG전자 역시 모바일 기기 사업의 부진으로 지난 몇 년간 성장세가 정체된 아픈 경험이 있다. 다시 말해, 한 품목에서의 승패가 거대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차별성’ 밖에 없다. 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 만으로 방어할 수 있는 분야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또 물량 위주의 1위에 연연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꿰뚫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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