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돈스코이호의 그림자

입력 2013-02-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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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9일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둘러싼 이른바 ‘다이아몬드 스캔들’에 대해 “기업의 한탕주의에 관료 등이 편승한 주가조작”으로 결론짓고, 사건에 연루된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주식투자를 오래 한 올드보이라면 ‘카메룬 다이아몬드’ 보다 ‘돈스코이호 보물’에 대한 충격과 각인이 훨씬 크다.

황당한 테마주에 정신이 팔려 전재산을 날린 아픈 기억을 가진 지인도, 당시 실제 돈스코이호가 인양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제각각 추억은 다르지만 이른바 ‘보물선 테마’의 시조인 돈스코이호 소동은 국내 증시의 최고 코미디 가운데 하나다.

2001년 시장에서는 노다지 열풍이 불었는데 주역은 당시 퇴출대상 기업이던 동아건설. 당국에 사업신청까지 하면서 보물선을 인양하겠다고 홍보하면서 불기 시작한 보물선 열풍은 당시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였다.

인양을 계획했던 보물선은 1905년 5월 제정러시아 발틱 함대 소속의 6200톤급 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침몰 당시 시가 50조~150조원의 보물이 실려 있었다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이 화근이 됐다.

“제정 러시아가 그만한 양의 금괴가 있었다면 결코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6000톤급 전함이 최소 무게 5000톤의 금괴를 싣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항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금괴에 눈 먼 투자자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당시 동아건설 주가는 1주 당 350원 수준이었는데 보물선 인양 계획 발표이후 1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하지만 동아건설과 함께 해저 금괴를 꿈꿨던 투자자들은 동아건설이 상장폐지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그 뒤 보물선 테마는 삼애인더스로 옮겨졌는데 군수자금을 싣고 침몰한 일본 군함을 발견했다는, 보다 진화된 ‘보물선 대박’의 꿈을 증시에 퍼뜨렸다. 하지만 이용호 회장이 내부정보 이용을 통한 주가조작과 로비혐의로 구속되면서 역시 비운을 맛봤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흥창은 군산 앞바다에 침몰한 쾌창환이라는 보물선 인양을 추진했지만 결국 자금난으로 최종 부도 처리됐다.

강산이 한차례 이상 변했지만 투자자들의 신기루 쫓기는 여전하다. 물론 투자자들의 허영을 부추길 재료(?)를 찾는 기업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탐사지역은 동해바다에서 필리핀, 몽골, 말리, 파퓨아뉴기니, 카메룬까지 전세계를 무대로 확장됐고 그때마다 주가는 어김없이 요동쳤다.

손실은 언제나 개미들의 몫이다. 상장폐지 이후 확인 되지 않는 설(設)에 불과하지만 당시 동아건설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를 잔뜩 들고 고민하던 특정 세력이 휴지 같던 자기네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돈스코이호’ 사태를 꾸몄고 큰 재미를 봤다.

상장폐지된 동아건설의 주주들이 동우회를 결성해 몇 년간 휴지조각을 거머쥔 채 돈스코이호 보물 인양을 기다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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