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소설 쓰는 연예인 "1만부는 기본"… 북테이너 반기는 출판가

입력 2013-02-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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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가수 루시드폴이 단편소설집 ‘무국적요리’를 출간했다. 가수로도 활동하는 그가 소설을 내놓았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독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 뒷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생뚱맞진 않다. ‘무국적 요리’를 펴낸 나무나무 배문성 대표는 “루시드폴은 가수로서 음악적으로 자신의 창작 욕구를 충족했다. 음악으로 다하지 못한 표현과 상상력을 새로운 도구로 풀어낸 것이 소설이다”고 출간 이유를 해석했다.

흔히 연예인이 책을 낸다면 에세이집을 생각한다. 그만큼 스타들이 많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배우 송혜교의 ‘혜교의 시간’, 하지원의 ‘지금 이 순간’, 유준상의 ‘행복의 발견’과 가수 이효리의 ‘가까이’, 김범수의 ‘나는 미남이다’, 윤건의 ‘카페 윤건’ 등 많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쏟아지는 연예인의 에세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안정된 판매량과 낮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스타가 낸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일정 판매 부수는 보장된다. 업계에서는 인지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만 부는 팔린다는 의견이다. 손익분기점을 3000부로 놓고 봤을 때 투자금의 2~3배 매출이 달성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명세 하나만으로도 남는 장사가 된다. 낮은 진입 장벽도 다수의 스타 에세이를 설명할 수 있다. 에세이는 매일같이 쓰는 일기가 될 수도 있다. 일상적인 삶 속에 끄적거린 메모를 합쳐도 에세이가 된다. 이처럼 에세이는 쉽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예인의 소설은 에세이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연예인의 소설은 에세이가 가진 두 가지 장점 중 하나만 해당한다. 스타가 낸 책으로서의 호기심 자극이다. 에세이는 쓰기 쉽지만 소설 쓰기는 만만치가 않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이 소설의 높은 진입 장벽이다. 에세이와는 달리 소설은 높은 수준의 완결성을 추구한다. 소설이 스토리와 구성면에서 미흡하면 읽는 독자는 몰입할 수 없다.

다방면에서 걸쳐 창작 의욕을 불태우는 배우 구혜선은 소설 ‘탱고’를 냈다. 책을 기획한 펭귄클래식 이영미 대표는 “구혜선과 함께 그림책을 기획하던 중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품을 봤을 때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습작 수준의 글이었다면 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로 들어오는 아마추어 작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적과 손미나 등 이미 연예인의 소설을 출간한 바 있다.

차인표의 소설 ‘잘가요 언덕’은 평소 위안부에 관심이 많았던 생각을 소설화한 경우다. 강심호 살림출판사 국장은 “주변에서 작가 이름이 없는 원고를 가지고 와서 한번 봐달라고 요청했다. 원고를 보고 맘에 들어 책을 낼 생각으로 작가를 만나자고 했다. 바로 차인표였다”고 출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작품이 우선이다. 소설은 에세이와 달라서 완성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비난을 받게 돼 스타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독자들의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완성도만 가지고 책을 냈을까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루시드폴의 ‘무국적요리’, 구혜선의 ‘탱고’, 차인표의 ‘잘가요 언덕’ 등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들에게 작가를 필명으로 숨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답은 모두 ‘아니오’다. 작가가 연예인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작품성에 자신이 없다기보다 스타 인지도를 이용한 마케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차인표의 ‘잘가요 언덕’ 2만부, 구혜선의 ‘탱고’ 1만부, 이적의 ‘지문 사냥꾼’이 1만5000부 이상 팔린 것은 스타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김완철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장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좋은 작품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물론 오랜 시간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므로 기술적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내용만 본다면 독자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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