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엔화 가치가 어디로 향할 지 주목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2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올해 첫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정부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종전 1%에서 2%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현행 0~0.1%로 동결했다.
BOJ는 특히 오는 2014년부터 1월부터 매월 13조 엔(약 155조엔) 규모의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매월 2조 엔 규모의 장기국채와 10조 엔 정도의 단기국채가 포함됐다.
내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와 같은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하는 것이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달러·엔 환율은 0.8% 상승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3시35분 현재 전날 대비 0.42% 하락한 89.19엔에 거래됐다.
BOJ의 발표가 그동안 엔저를 이끌어왔던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엔 강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해 최근 엔 가치 하락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BOJ는 이날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시행 시기를 1년 연기해 오히려 실망감이 커졌다.
다이이치생명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새 조치가 통화 공급을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BOJ는 아마도 시장에 깊은 인상을 주기를 원했을 것이나 그 효과는 이름(무제한 양적완화)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BOJ 통화정책위원 중 비둘기파 인사 두 명이 성명 채택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션 캘로우 웨스트팩뱅킹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중요한 점은 BOJ가 무기한 양적완화에 동의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새 정책 시행이 연기됐기 때문에 엔저 열기가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지표가 최근 개선되는 등 세계 경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BOJ의 부양책과 맞물려 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에바 히로시 UBS 일본 환율 트레이딩 대표는 “달러·엔 환율이 오는 3월까지 95엔대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그동안 공언한대로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의 후임으로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인사를 뽑을 경우, 엔화의 약세 기조가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