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실버시대, 기업들 전략을 바꿔라”

입력 2013-01-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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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500조엔이 넘는 금융자산 중 65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금액은 900조엔에 달한다.

이른바 실버 세대가 전체 금융자산의 3분의 2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실버산업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힘을 얻었다.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2007년부터 일제히 정년퇴직에 들어간다는 예상은 이같은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관련 업계 역시 고령화 수요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단카이 세대가 정년퇴직한 이후 60대의 소비지출은 오히려 5% 이상 줄었다. 일각에서는 ‘단카이 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의 실버산업 업계가 당황한 것은 물론이다.

업계의 전망이 틀린 것과 관련해서는 단카이 세대의 소비 패턴과 함께 정년퇴직 연령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했다는 사실이 변수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부모와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멈출 수 없게 되자 돈을 쓰기는커녕 지출은 줄이고 더 버는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이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관련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예일 수 밖에 없다.

한국 역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지 오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은 것은 이미 12년 전인 2000년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1963년에 태어난 인구 집단이다. 지난해 이들은 71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국내 토지의 절반에 육박하는 42%를 보유하고 있다. 건물의 58%, 주식의 20% 역시 베이비부머 소유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처럼 막강한 소비력을 갖춘 잠재적인 ‘슈퍼 컨슈머’인 셈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분류되는 1968~1974년생들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60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12.1%로 2020년 부터 순차적으로 실버세대가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1차 베이비부머와 합치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실버세대에 포함된다.

2차 베이비부머들은 대졸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따먹은 세대로 소득 수준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가 출렁였던 2011년 2차 베이비부머 세대 가계의 소득은 5000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하면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의 연소득이 17%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차 베이비부머의 소득 증가폭은 2배에 육박한다.

국내 실업산업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업산업 규모는 2010년 33조20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20년에는 125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이 맞는다면 연평균 14%가 넘는 성장을 이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실버산업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단순히 실버세대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막연한 전략은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눈에 띄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FT는 실버시대에는 관련 산업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FT는 광고업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버시대라고 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제작한다면 100%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버세대가 자연스럽게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일상적인 내용의 광고가 오히려 먹힌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 전용 상품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독일기업 피트에이지는 카타리나라는 노인 전용 휴대폰으로 업계의 주목을 끌었지만 지난 2010년 파산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노인 전용 상품이라는 마케팅으로 구입을 강요하면 역효과를 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실버세대를 아우르는 ‘감성’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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