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틈탄 선심성 포퓰리즘 입법 '봇물'

입력 2012-11-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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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법ㆍ새만금지원법 등 통과…제동장치 없어

어수선한 대선 정국을 틈타 국민혈세를 퍼주는 정치권의 선심성 입법이 도를 넘고 있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막대한 정부 재정이 수반되는 법안만 7개가 계류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명 ‘택시법’과 새만금지원특별법이 법사위를 통과하며 포퓰리즘 입법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내년 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지역구과 이익집단 표를 의식한 법안들이 입법화되면 향후 10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늘어나 나라 곳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법안 통과에 적극 대응키로 했지만 정치권의 입법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만한 장치가 없어 역부족인 상황이다.

◇택시법 법사위 통과…연간 1조여원 추가재정 부담 우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1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정부 반발 속에 여야 합의로 가결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버스업계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무기한 운행중단을 실행한다는 입장이어서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택시법이 입법화되면 택시업계엔 버스업계와 동일하게 연간 1조원 가량의 재정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30만명이 종사하는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성 법안이 재정 부담은 물론 갈등과 사회혼란을 야기한 셈이다.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도 이날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게 됐다. 이 법안의 골자는 매립용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했다가 개발환경이 안정되면 원가 이상으로 제공해 그 결손금을 충당하자는 것이다. 도로·공항·상하수도 등의 설치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여기엔 내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8639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과도한 재정 투입이 뒤따르는 법안으로 산업입지 개발법,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 등 7개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임대주택건설 사업자의 모든 부도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을 사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재 보증금 보장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주택은 전국적으로 12만5000가구에 이른다. 가구당 보증금은 평균 8000만원. 부도 임대주택을 정부가 모두 사들일 경우 최대 10조원의 재정지출을 감당해내야 한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산업단지 내 기반시설의 유지ㆍ보수비를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연간 1000억원의 국비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된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산업단지의 구조 고도화사업에 드는 비용을 국가재원으로 메워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확한 예산추계는 어렵지만, 기업지원시설물 등의 유지보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해 역시 재정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 관내 국도의 관리청을 지자체에서 국가(국토해양부)로 변경하는 ‘도로법 개정안’ 역시 연간 5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한 법안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FTA 이행으로 순이익이 발생한 산업에 대해 순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피해 농어업인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구체적으로 수익의 규모나 수익업종의 대상 등을 특정할 수 없어 비용 추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는 FTA 이익 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과 경북 도청이 지역구 의원을 통해 개정을 시도 중인 도청이전법은 청사신축 부지매입, 기반시설 구축 등을 모두 국가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약 7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 곳간 훼손 우려…정부, 입법 저지 나섰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21일 택시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법안소위 회부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지자체의 재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법체계 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버스와 택시업계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 이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택시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대중교통수단에 택시가 포함된 것은 선진국에서도 전례가 없을 뿐더러, 이미 택시업계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7600억원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 지원을 받고 있어 재정에 상당히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퍼주기 입법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권한이 없는 현실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염명배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대선을 앞두고 표퓰리즘에 입각한 국회의 무소불위 입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국회의 선심성 법안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다음해 예산안 심사·의결 때 함부로 증액을 못하도록 법제화가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법안 제출시 재원 마련에 대한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소요가 막대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 미리 단계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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