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대중문화 읽기] 박진영 VS 양현석 VS 이수만, 누가 승자인가?

입력 2012-11-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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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Entertainment(이하 JYPE)의 수장 박진영은 요즘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본인이 진두지휘한 원더걸스(Wonder Girls)의 미국 활동 2년여의 성적표가 한국인 최초이기는 하나 빌보드 Hot 100 76위(2009년 10월)의 애매한(?) 성적표를 받은 것에 비해 YG의 싸이가 '강남 스타일'을 금년 7월 15일 국내 정식 발매 후, 미국 활동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음반, 음원도 정식발매하지도 않았는데도 9월 22일 빌보드 Hot 100의 64위로 핫 데뷔하더니, 그 다음 주인 9월 29일 11위로 점프하고, 마침내 10월6일 빌보드 2위를 하고, 7주 연속 2위 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금년 초부터 원더걸스가 미국생활을 마감하고 한국 활동 재개(?)를 시작한 직후 박진영은 본인의 트위터에 “내가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키지 않고 한국 활동에 집중했다면 지금 수백억을 벌었을 것 이다”라고 자조적인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렇다. 소녀시대와 함께 2007년 데뷔하여 ‘텔미(Tell Me)’라는 노래로 완전 히트를 친 원더걸스가 그 이듬해인 2008년 ‘노바디(Nobody)’와 ‘소핫(So Hot)’을 연달아 빅 히트를 시킨 후 2009년 3월 돌연 미국진출을 선언하고 한국을 떠났는데, 원더걸스가 비운 이 시기에 국내에서는 카라, 티아라, 씨크릿, 씨스타, 에프터스쿨, 에프엑스(fx) 등의 걸 그룹들이 인기를 얻으며 소위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한류’로서의 K팝의 역할을 소녀시대와 함께 아주 훌륭히 수행해 주었기 때문에 박진영의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며, 국내 팬들은 원더걸스의 빈자리가 의아하게 생각되곤 하였다.

보아(Boa), 세븐(Seven), 비(Rain)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때 SM, YG, JYP의 대표주자였으며 K팝을 선도했던 아티스트들이다. 모두 미국 진출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실패사례를 보기 좋게 반전 시킨 것이 바로 원더걸스로 2009년 10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Hot 100에 진입하여 76위를 기록하였다. 작년에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해 2년여의 미국 활동에 비하여는 초라한 성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지만 이것은 분명 현재의 싸이 신드롬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K팝을 공식적으로 미국에 알린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2012년에 SM, YG, JYP는 뚜렷하게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YG의 양현석이 2010년 10월 마치 지금의 싸이 신드롬을 예견이나 한 듯이 계약하여, ‘강남스타일’을 미국의 빌보드(Hot 100 6주 연속 2위)와 영국 UK차트 1위의 대기록을 내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이고, 또한 국내에서는 빅뱅의 지드래곤의 국내차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와 해외에서의 음원수익에서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특히 YG주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발표 직후인 지난 7월 16일 4만 6700원에서 두 배 이상 뛰어올라 지난 10월2일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0만 8천7백 원을 돌파하면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며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9위를 기록했다. (공중파 방송국인 SBS의 시가총액이 약 8,000억 원인 점을 생각하면, 이제 적어도 YG는 SBS에는 끌려 다니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SM은 예전처럼 일본에서 소녀시대가 맹활약을 펼침과 동시에 SM C&C라는 자회사를 출범시킨 것이다. 우선 소녀시대는 여성 가수로는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3관왕에 올랐는데, 2012년 9월26일 일본에서 출시한 소녀시대 5번째 싱글 ‘오’와 DVD 및 블루레이로 발매된 ‘소녀시대 비디오 콜렉션’이 오리콘 위클리 싱글차트와 DVD 종합차트, 블루레이 종합차트에서 동시 1위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일본 데뷔 2년 만에 달성한 싱글 첫 1위다. 소녀시대의 오리콘 3관왕 기록은 일본의 남성 그룹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에 이어 오리콘 차트 역사상 두 번째로 최근 독도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일본의 반한류 속에서 이룬 이 오리콘 3관왕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SM C&C는 기업체 여행 전문회사였던 BT&I를 SM이 2012년 4월 인수하여 기존의 여행업뿐만이 아니라, ‘영상 비즈니스 및 연기자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를 모토로 장 동건, 김하늘, 한지민 등이 소속된 에이엠 이엔티(AM Ent.)를 흡수·합병함과 동시에 강호동, 김병만, 신동엽등을 영입함으로써 음반은 에스엠, 영상 콘텐츠는 SM C&C로 특화하고 향후 인력과 콘텐츠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SM C&C가 에스엠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주가는 날개를 달아, 4월 12일 98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6개월간 고공 상승하면서 7600원(10월 2일)까지 올랐다.

반면 JYPE는 어떠한가? 소위 짐승돌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2PM은 금년 5월말 한국 그룹 최초로 도쿄의 부도칸에서 6일 연속 공연을 매진시켰으며, 원더걸스는 일본 소니뮤직 데프스타 레코드와 손을 잡고 지난 7월 25일 일본판 앨범 ‘노바디 포 에브리바디(Nobody For Everybody)’를 히트곡 ‘노바디(Nobody)’를 한국어ㆍ일본어ㆍ영어 버전과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예은 자작곡인 ‘세잉 아이 러브 유(Saying I Love You)’ 등을 수록하여 발매하였다. 그러나 동방신기가 이미 부도칸보다 훨씬 큰 도쿄돔에서의 2회공연 매진사례가 있었고(10만명), 원더걸스는 일본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공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지표상으로도 경쟁사인 SM, YG에 비하여 너무나도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3월 8,000원을 맴돌던 JYPE의 주가는 4475원(10월22일 기준)으로 마감하여, 이날기준 SM 61,900원, YG 78,900원과 비교하면 3강 체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금년 들어 특히 박 진영에 대한 평가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년 여 만에 발매한 본인의 독집앨범 ‘스프링’은 큰 반응을 얻지 못하였고, 첫 영화 데뷔작인 ‘5백만 불의 사나이’는 10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참패 하였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으로 나와 착용하여 화제가 되었던 다이아몬드 티어스라는 헤드폰도 출시 후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는 소식은 없으며, 원더걸스의 일본진출 후 소녀시대와 같은 오리콘 차트 지표도 들리지 않고 있다. 데뷔 후 잠시 인기를 끌었던 미Tm에이도 후발 걸 그룹들의 도전에 특별한 대응을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그 나마 멤버 중 수지가 영화 ‘건축학 개론’의 호평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라고 할까?

이러한 것들은 박 진영이 개인 활동 보다는 JYPE의 프로듀서로서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해야한다는 여론이 증권가에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박진영을 이수만, 양현석과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박 진영은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음반 프로듀서 외에 연예인, 작곡가, 가수와 최근에는 영화배우와 TV탤런트라는 수식어가 존재한다. 특히 가수와 작곡가의 신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수만, 양현석도 과거 가수 활동 시절이 있었으나,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박진영은 3대 기획사 소유자중 유일하게 꾸준히 독집앨범을 발매하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가수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재영 의원은 지난 10월17일 “가수 박진영이 2011년 13억 73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는데, 이 기록은 음악저작권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한 것으로 그간 저작권료 순위 1위는 조영수 작곡가로서 2007년부터 4년 동안 지켜왔던 그의 1위 기록을 2011년에는 박 진영이 깨뜨린 것이다.

박진영은 그동안 꾸준히 저작권료 수입 순위 3위권 안에 이름을 올려왔는데, 박진영의 저작권 수익이 높았던 이유는 자신이 설립한 JYPE 소속 아이돌 가수 2PM, 원더걸스, 미쓰에이 등의 타이틀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며, 또한 1994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의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함으로써,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는 것도 저작권료 1위에 오른 원동력이 됐다. 즉 조영수 작곡가가 작곡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박진영은 작사에도 참여해 보다 많은 저작권료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가수이자 작곡/작사가라는 활동이 회사운영과 함께 본인의 중요한 정체성(identity)중의 하나인 박 진영은 경쟁사인 SM과 YG와는 다른 포지셔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즉 본인이 콘텐츠화 되어 있는 (때로는 본인이 지나치게 즐기기도 하지만) 박 진영은 회사경영과 함께 스스로를 판매하는 두 가지 전략적인 마켓 접근(market approach)이 요구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2006년 6월 박진영이 미국 빌보드지 표지에 등장하였다. 이 당시 JYPE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표지가 아니라 표지광고를 15,000 달러에 산 것 이라고 하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광고성 표지를 돈을 주고 사서 언론플레이를 한다’와 ‘광고라 하더라도 한국인이 빌보드표지를 장식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라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빌보드 표지만 놓고 보면 박진영은 한국인 최초로서 싸이가 지난 주에 말춤과 함께 빌보드 표지를 장식한 것을 앞선 것이다.)

박 진영은 H.O.T. 와 젝스키스가 남자 아이돌씬을 양분하고 있던 1999년도에 god 라는 5인조 보이그룹을 프로듀싱하여 데뷔시켜 그 구도를 깨었으며, 싸이 때문에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B급 문화를 2007년도에 ‘원더우먼’을 패러디한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 뮤직비디오에서 이미 선보이며 대중적으로 히트 시켰다. ‘꽃보다 남자’류의 꽃미남이 공식이었던 남자 아이돌 씬에서 누나와 이모 팬들이 열광하며 짐승돌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2PM을 기획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하였으며, 아이돌 씬에서는 전혀 다른 포맷인 발라드계열의 2AM을 만들어 또 하나의 팬층을 형성하였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2명씩 조합시킨 미쓰에이도 외국인 멤버가 2명이상 포함된 최초의 아이돌그룹 이었으며, 모두 다 알고 있는 한국인 최초 빌보드 Hot 100기록은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의 빌보드 76위이다.

원더걸스의 2009년 빌보드 핫 100 76위가 2년여의 미국 활동 치고는 부진한 성적표라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싸이 이전에 아시아 가수로 빌보드 HOT 100에 진입한 가수는 단 5명으로 그중 3명이 일본 아티스트인데,(‘사카모토 큐’가 2곡을 랭크시킴) 일본이 세계음반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wonder)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아시아에서는 이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가수는 총 5명으로 일본 3명 한국 2명이라는 말이다.

금년 3월에는 1년6개월 만에 복귀한 2AM의 새 앨범 ‘피츠 제럴드식 사랑이야기’를 현존하는 아이돌 최초로 LP(long player)로도 발매하였다. LP는 이제 국내에는 공장이 하나도 없어 미국에 주문해야 하며, CD에 비해 단가도 5배 정도 비싸고 제작기간은 8~9주가 걸리는데 순전히 2AM특유의 발라드 감성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LP로도 발매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진영은 항상 1st Mover의 프론티어 정신을 보여주었다. 그의 이러한 도전과 개척정신은 당연히 현재의 싸이 신드롬을 비롯한 K팝의 위상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SM, YG와 3강 체제를 구축하며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여 K팝의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전 세계를 휩쓸었던 디스코라는 음악장르를 2001년 6월 그의 6집 ‘게임(Game)’에서 ‘그녀는 예뻤다’로 새롭게 부활시킨 적이 있는 박진영. 항상 그래왔듯이 그는 변화와 새로움이라는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 키 워드를 실천에 옮기곤 했다. 이렇듯이 그는 지금 또 무언가 새로운 아니 기존에 존재하였지만, 다시 대중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그 무언가의 재해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5년 전에 원더걸스를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미국에 데려가 지금의 K Pop의 원동력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 그 이기에, 지금부터 5년 후의 JYPE의 청사진을 이미 그리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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