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企와 經]재벌총수의 국감 회피 유감

입력 2012-10-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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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이자 19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끝이 났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입법부의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쟁(政爭)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재벌 총수들의 국감 출석은 이번에도 ‘역시나’로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대다수의 재벌총수들이 국감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국감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례적으로 해당 총수들의 해외일정에 맞춰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해외에서 소화할 일정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통상 재벌 회장들의 동정은 사업적 성과를 이루기 전에는 대외비처럼 다루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해 오히려 ‘반재벌 정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주요그룹 홍보실은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들은 “이미 정해져있던 출장이었을 뿐, 국감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국회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내달 6일 유통업계 재벌 총수들을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 청문회에도 나오지 않으면 검찰고발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그들이 주장하는 ‘배가 우연히 떨어졌다’는 말을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같은 국회의 기조에 재계는 물론 일부 여론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가진 권력으로 재벌총수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군기잡기식’ 청문회나 국감이나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정쟁만을 일삼는 국감이 이어진다면 그들이 국민의 대표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벌 총수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재벌 총수들의 하루일정은 매우 빠듯하게 짜여져 있다. 그들의 말대로 매년 국감 때마다 주요일정이 생겨 부득이하게 국감에 출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리고 여론이 더 이상 재벌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재벌 총수들도 변화된 사회분위기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은 늘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비단 경영환경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변화되는 경영환경에 맞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처럼 변화된 사회분위기에 맞춰 여론에 대응할 필요성도 반드시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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