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일본, 어업 쿼터 박탈할 수도”

입력 2012-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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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불법 어획한 게 수입…노르웨이처럼 하역되는 곳에서 단속해야

안드레이 크라이니 러시아 수산청장이 1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에 대한 러시아 어업 쿼터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라이니 청장은 이날 모스크바 리아노보스티 통신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는 일본과 한국이 불법 조업을 계속하면 두 나라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이 국가들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조업할 수 있는 쿼터 배당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쿼터 배당 중단 경고다.

크라이니 청장은 “나의 발언을 수산청의 공식 성명으로 해석해도 좋다”면서 “러시아의 지속적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불법 조업 문제가 근절되지 않아 이런 조치를 검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러시아와 불법어업방지 협정을 체결하고도 이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항구들은 캄보디아·조지아·벨리즈 선적 어선들이 불법 조업한 게를 계속 받아들이고 있고 이 게에 일본 서류를 첨부해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이는 모두 불법 조업으로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월 러시아에서 불법 어획한 300~600t의 게가 일본과 한국으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일본 당국이 지난 9월 체결한 러시아-일본 불법어업협정이 발효되기 전이라도 이 분야의 질서를 확립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일본 불법어업방지 협정은 오는 12월 발효될 예정이다.

크라이니 청장은 일본 당국이 불법 조업을 막을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 조업을 막는 조치는 주로 수산물이 어획되는 러시아 극동 지역이 아니라 하역되는 곳에서 해야 한다”면서 노르웨이의 사례를 들었다.

크라이니는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불법 어획을 차단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인접한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와 북해에서 어획된 수산물을 노르웨이 항구 어디에서도 하역할 수 없도록 합의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과 게 불법 어획을 막으려고 20년간 대화와 협상만 하다가 극동 수역 게의 개체수가 17배나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으면 불법 조업은 의미를 잃을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이 불법 조업 게를 구매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알렉산드르 사벨리예프 수산청 공보실장은 한국의 책임에 대해 “불법 조업 문제에서 더 큰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일본 서류가 첨부된 불법 조업 게가 한국 부산항이나 동해항 등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스크바 현지 한국 수산업 관계자는 “러시아 측은 한국이 일본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산 게에 대해 러시아 수산청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가 없을 경우 수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산 게의 경우 일본 서류와 러시아 수산청의 원산지 증명 서류가 함께 갖춰져 있는 경우에만 수입하라는 요구다.

한국 수산 당국은 그러나 통상적 수입 절차상 일본 측에 러시아가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까지 요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현호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 수산관은 러시아 측의 경고와 관련해 “게 불법 조업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이 해결할 문제로 수입자인 한국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러시아 당국에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러시아 측은 한국의 수입 통제 강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불법 조업 게 수입을 문제삼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조업 쿼터를 배당하지 않으면 명태와 오징어 등 수산물 수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산에 의존하는 한국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명태는 러시아의 조업 쿼터량에 따라 한국 내 가격이 크게 요동칠 정도로 민감한 어종이다.

한국은 매년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조업 쿼터를 할당받고 일정한 입어료를 내고 러시아의 극동 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어업료는 명태가 t당 360 달러, 대구 t당 370달러, 오징어 t당 100달러다.

한국은 올해 러시아로부터 명태 4만t, 오징어 8000t, 꽁치 7500t, 대구 4450t 등 모두 6만2000t의 조업 쿼터를 할당받았다.

한국과 러시아는 오는 11월 중순 내년 조업 쿼터 협상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 측이 이번 협상에서 일본 경유 게 수입 통제 강화를 촉구하며 쿼터 할당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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