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돌싱 등 1인가구 414만명…삶의 질은 ‘열악’

입력 2012-10-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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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김준현(36·남)씨는 지난달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결혼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3학기째 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교에서 제적당한 그는 대학졸업장이 없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원금 500만원에 연체이자가 붙어 1000만원이 된 학자금 대출을 가지고 있는 그는 신용불량자 딱지를 달고 있다.

김 씨는 “결혼하는 친구들은 주로 경제력이 있고 백수에게는 연애도 결혼도 사치”라면서 “빚이 있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여자 친구와 헤어져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독신을 포함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의 삶의 질이 낮아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미혼, 사별, 이혼으로 인해 또는 배우자가 있지만 별거중인 가구 등 단독으로 세대가 분리돼 혼자 생활하고 있는 1인 가구수는 총 414만2000명이다.

1인 가구 중 혼인 상태별로는 미혼이 44.5%(184만3000명)로 가장 많았고 △사별 29.2%(120만8000명), △이혼 13.4%(55만6000명)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성별로 보면 남성은 57.7%(111만명)로 미혼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45.7%(101만3000명)로 사별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 1인 가구는 불안정한 주거사정과 열악한 재무상태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자가 비율은 39.9%로 다인 가구(65.3%)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월세 비율은 26.7%로 다인 가구(10.3%)의 2.6배 수준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이 가처분소득보다 많은 ‘적자가구’ 비중도 1인 가구가 34.8%로 다인 가구(22.2%)의 1.6배나 됐다.

1인 가구의 종사상 지위를 보면 상대적으로 임시직(29.5%)과 일용직(14.3%)의 비중이 컸다. 이에 비해 다인 가구는 상용직(50.2%)이 절반을 넘었고,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4.5%, 6.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저학력자, 이혼자 집단은 비혼 1인 가구 내에서도 가장 삶의 질이 떨어지는 취약집단으로 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영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2007년 인구 조사 연구 당시 1인 가구 중 약 70%가 비자발적인 원인으로 1인 가구가 됐으며 대부분 원치 않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비자발적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주거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취약계층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방향 조차 설정돼 있지 않으며 소형주택 및 아파트 우선권 부여, 1인 가구를 위한 지역사회의 재가복지서비스, 의료서비스 확충 등 다양한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하는 단계다. 늘어나는 혜택만큼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났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선진국들은 1인 가구시대 진입을 상정하고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전수 조사를 통해 1인 가구에 대한 안전 및 주거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장은 “비혼은 미혼을 포함하는 더 큰 범위로 실업의 문제 등으로 가정이 깨지는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중첩돼 단순히 만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과 심각성이 다르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미혼모부터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빚을 떠안고 사는 대학생까지 혼자 살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이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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