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관행’이라는 이름의 부조리, 스포츠도 예외 아니야

입력 2012-10-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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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조리가 만연해 있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조리는 스포츠계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돈이 오가는 만큼 부조리가 개입될 개연성은 더 높다. 지난 5월 일부 대학배구 감독들이 선수 스카우트 과정에서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일선에서는 이미 고교 진학 과정에서도 수천만원의 돈이 오간다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행해지던 일이 겉으로 드러났을 뿐 업계에서는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조리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스포츠에서의 비리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 돈을 주고받는 프로 스포츠에서는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프로축구 현장 관계자들은 시즌이 끝나면 드래프트를 위해 대학 추계 연맹전 현장을 돌아본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구단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만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하위권 순위로 평가되던 선수가 드래프트 현장에서 상위권 순위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단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구와 배구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연줄을 이용한 드래프트 청탁도 있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번외지명이나 수련 선수의 형식으로 뽑아달라는 청탁이 줄을 잇는다. 드래프트 시즌이 되면 감독이 핸드폰을 아예 꺼두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프로팀에 들어온다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프로팀에서조차 선수 부모가 감독을 찾아 인사를 건네는 경우도 있다. 과거 학창시절, 어떤 학부모가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나면 해당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를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프로팀에서는 이 같은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신인급 선수들의 부모가 감독과 대면하고 난 뒤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별 문제 없이 잘 뛰고 있던 선수 대신 해당 선수가 다음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반사적인 피해를 보는 선수도 발생하게 된다.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받아들이면서 이 과정에서의 부조리도 드러나고 있다. 엄연히 샐러리캡이 존재하지만 이를 지키는 구단이 거의 없다. 야구에서는 이미 30만달러(약 3억3360만원)의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진지 오래고 28만달러(약 3억1136만원)로 정해진 배구 역시 마찬가지다. 올시즌 활약중인 외국인 야구 선수들 중 100만달러(약 11억1200만원) 이상의 몸값으로 알려진 선수만도 2~3명선에 이른다. 배구 역시 적게는 35만달러(약 3억8920만원) 많게는 50만달러(약 5억5600만원)선에서 몸값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부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과열 영입 경쟁이 이어지면서 현지 에이전트들이 규정에도 없는 과도한 이적료를 요구함에 따라 몸값 인플레이션도도 일어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교적 운영 시스템이 잘 갖춰진 야구와 달리 축구나 농구, 배구 등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정해지기도 한다. 때문에 이를 이용한 일부 국내 에이전트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크게 부풀려 일정 차액을 챙기기도 한다. 구단으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 이외의 가욋돈을 스스로 챙기는 셈이다.

부조리가 자행되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또 다른 편법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이는 전체 스포츠판이 공멸의 길로 접어드는 지름길이다. 스포츠계의 부조리한 상황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적어도 깨끗한 승부가 담보돼야하는 스포츠에서만이라도 더 이상 부조리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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