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재무구조 튼튼한 '저평가 중소형주'를 찾아라

입력 2012-10-02 08:49 수정 2012-10-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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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인가 중소형주인가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14개의 종목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종목들을 살펴보면 코카 콜라, IBM, 웰파고, 월마트, 포스코 등으로 하나같이 대형주이다. 실은 그냥 대형주가 아니라 ‘슈퍼 대형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 5위권에 들어가는 포스코(약 32조원)도 코카 콜라(약 170조원), 월마트(약 250조원), IBM(약 240원)과 비교하면 왜소한 편에 속한다.

이런 사실을 접하는 투자자는 주식 투자를 하려면 대형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절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종목이 대형주인 것은 맞지만 이는 이 회사의 운용 자금의 규모를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식 운용 자금은 482억달러(약 53조원)로 중소형주는 사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5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이 회사가 만약 시가총액 5,000억원의 중형주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이 회사는 과연 몇 개의 종목을 사야 할까. 얼추 계산해도 무려 106개의 종목을 매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버핏의 투자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버핏은 운용 자금의 규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인생 초기의 버핏은 중소형주 애호가였다. 운용 자금이 많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버핏이 매입했던 종목을 살펴보면 샌본 맵, 시티 서비스 등으로 중소형주 위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은 버핏은 지금도 개인 자격으로 투자할 때는 지금도 중소형주를 선호한다. 그가 2003년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매입한 한국 주식이 대한제분, 에스원, 신영증권 등으로 중소형주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버핏은 왜 중소형주를 선호할까?

가장 큰 이유는 ‘우량 종목을 싸게 매입한다’는 가치투자의 원칙에 부합하는 종목이 중소형주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올해 중순 한국의 어느 제지 기업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은 1.8배였는데, 이는 이 회사를 통째로 매입하면 2년 이내에 매입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대형주 가운데는 이렇게 PER이 낮은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리해보면 가치투자의 원칙에 입각해 가치와 가격(주가)의 차이가 큰 종목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소형주가 걸러지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대형주는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기관, 외국인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보니 대형주는 대부분 적정 가치를 부여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형주에 투자할 때는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는 외국인 매수세, 정부 정책, 업황 같은 '매크로(거시 변수)'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가 이런 '매크로'에서 기관이나 외국인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물론 대형주가 비교 우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주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위기 대응 능력이 우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형주는 이 부분이 약점이다. 중소형주에서는 분식 회계, 내부 임직원의 횡령 같은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일을 실제로 겪어 큰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들은 '중소형주는 무조건 피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일으킨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문제의 징후가 드러나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복잡하게 따질 필요도 없이 손익계산서가 만년 적자인 기업,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을 피하기만 해도 손실을 내는 중소형주를 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중소형주에서 손실을 겪은 투자자를 살펴보면 재무제표를 아예 들여다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주식 시장의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을 만나 보면 보유 종목의 대부분이 중소형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주 가운데는 만년 적자이거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은 없다. 종자돈 3억원 가량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 현재 40억원 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 박모씨는 “아직도 중소형주만으로 포트폴리오(보유 종목 집단)를 운용해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운용 자금이 수백억원대를 넘지 않는 이상 재무구조가 우량하면서도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기회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장, 투자 웹진 핑크 페이퍼(www.pinkpaper.co.k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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