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이문수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좋은 부모 되는 법"

입력 2012-08-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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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부모간의 갈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생긴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이 기대한대로 따라오도록 하는 소위 ‘플랜 에이(Plan A)’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주관을 갖게 돼 부모의 통제를 무작정 따르지 않게 됨에 따라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부모들은 과거에 적용하던 Plan A를 접고, 아이에 대한 기대를 최소화하고 심지어는 포기해 버리는 ‘플랜 씨(Plan C)’를 택하게 된다.

그러나 부자지간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통해 타협안을 찾아가는 ‘플랜 비(Plan B)’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아직 미숙해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흥분하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가정에서 타협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 등 집밖의 환경에서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서로 주고받는 것에 서투르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응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부모들이 아이를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Plan A나 완전히 기대를 접고 포기해 버리는 Plan C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Plan B는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공감하기, 2단계 문제를 분명하게 정의하기, 3단계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생각해내도록 유도하기 등이다.

우선 ‘공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공감이 곧 아이에게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의 입장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와 관계없이 부모는 흥분하지 않고 아이가 하는 말을 차분하게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도 차분한 마음을 갖게 돼 부모가 아이의 걱정거리와 관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부모들은 이를 위해 아이와 대화할 때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커지거나 톤이 올라가지 않는지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의 말을 들을 땐 내용보다는 어떠한 자세를 갖고 경청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내가 아이의 말을 비난하지 않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경청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아이가 화난 상태보다는 화가 수그러들어 진정된 상태에서 Plan B를 사용하도록 한다.

아이가 화를 낼 때 Plan B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화를 낼 때만 부모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타협을 시도한다고 생각해 부모를 잘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줬다면 Plan B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때 서두르면 안 된다. 아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나치게 빨리 부모가 생각하는 답을 내놓으면 아이는 생각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이는 결국 설익은 Plan A를 반복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다음으로는 문제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상황을 분석해 아이와 부모가 서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서로 이야기하고 타협을 통해 조절해 나가야 한다.

이때는 아이가 의견을 먼저 말하도록 하고 부모는 아이의 의견을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면서 부모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그래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갈등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이렇듯 갈등의 원인이 부모와 아이 어느 한 쪽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풀어간다면 갈등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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