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전거 전국일주 시대… 마니아들은 즐겁다

입력 2012-08-30 10:17 수정 2012-09-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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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지에 살고 있는 직장인 J씨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자전거는 ‘탈 줄만 아는’ 초심자였다. 그런 그가 자전거에 빠진 것은 바로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가볍게 운동 삼아 타려던 그는 어느새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전거 리스트를 줄줄 외우고, 맞춤형 ‘튜닝’을 하는 마니아가 됐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강으로 자전거를 끌고나가 친구와 누가 더 먼거리 라이딩을 했는지 승부를 가리곤 한다. 그런 J씨에게 국토를 가르는 ‘자전거길’은 실크로드다. 특히 최근 시행한 ‘자전거길 인증제’는 마치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같은 훈장이다. J씨는 조만간 휴가를 내고 자전거길 국토종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전국일주 자전거 도로망 지도. 동해안ㆍ경춘선ㆍ섬진강 자전거길은 2015년 완공.
◇전 국토를 잇는 자전거길, 마니아들은 즐겁다

자전거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지난 2009년부터 첫 삽을 뜨며 야심차게 준비한 자전거길 정비 사업은 경기도 남양주 팔당역에서 양평군 양근대교를 잇는 27㎞ 구간이다. 자전거길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강원 고성군에서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720㎞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시킬 예정이다.

한강에서 시작된 자전거길은 남한강을 중심으로 새재, 낙동강을 거쳐 부산으로 이어지며 자전거길은 저마다 매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깨알 같은 아이디어의 보고로 마니아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버려졌던 폐철도와 폐철교를 재활용해 친환경과 관광명소라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두물머리 등 남한강변의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지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철로와 간이역사, 철교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용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자랑 북한강 철교는 트러스(교량 철 구조물)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자연미를 느낄 수 있도록 천연목재로 바닥을 깔았다. 뿐만 아니라 철로가 지나다니던 9개의 폐 터널을 정비해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봉안터널은 자전거가 지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센서조명의 불이 켜지도록 조성돼 색다른 매력을 안겨주고 있다.

간이역사인 능내역 역시 새롭게 태어났다. 무인인증센터도 겸하고 있는 이곳은 전시공간과 휴게시설을 갖춘 박물관으로 거듭나 잠시 페달을 멈추고 휴식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자전거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인근 대여소를 통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남한강자전거길의 시·종점부근에 자전거 대여소가 생겼으며, 양평군청은 양수역 입구 등에서 약 200여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선두에는 자전거 마니아로 소문난 맹형규 행안부 장관이 있다. 누구보다 자전거길에 공을 들이는 그는 조성현장을 들러 현장을 점검한다고 알려졌다. 맹 장관은 주말마다 자전거길에 나가 자전거를 타면서 발견한 문제점을 월요일 출근해 실무자에게 지적하는 열성을 보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증센터와 발 디딤대 역시 그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온 이후 제시한 아이디어라고 귀뜀했다.

◇폭염도 못 말리는 자전거 사랑…이용인구 급증

올여름 유난히 지독했던 폭염과 열대야에도 자전거 이용인구 급증은 막을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자전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산악용 자전거(MTB) 매출 증가율은 무려 28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45% 늘었으며, 이마트는 아동용 자전거가 전년동월대비 7%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보유대수는 총 62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자전거 매출 증가에 업계는 자전거길의 전국적인 통합 및 개통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지난달 29일 남한강 자전거길의 북한 철교 통과자 수가 개통 9개월만에 30만명을 돌파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맹 장관은 ‘북한강 철교’를 30만번째로 지난 이용객에게 기념패와 함께 자전거 라이딩용 조끼, 자전거길 책자 등을 증정했다.

또 지난 14일 행안부는 자전거로 국토를 종주한 2만3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집계는 행안부가 설치한 국토종주 인증제로 이뤄졌으며, 당시 집계된 인원은 모두 2만3206명이다. 이들이 달린 거리는 총 802만1389㎞이며 지구 한 바퀴를 4만㎞로 봤을 때 지구를 200바퀴 이상 돈 셈이다.

자전거길에 대한 안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행안부와 소방방재청은 지난 16일‘119 자전거 구급대’ 발대식을 열었다. 전국 자전거길 가운데 주요 지점 70곳에 구급배낭을 장착한 자전거를 배치하고 자전거길과 일반도로의 접경지점 등 구급차가 접근 가능한 지점을 파악해 관리할 방침이다.

한편, 행안부는 ‘국가자전거 도로’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한국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형태라면 국가 자전거 도로는 한국을 둥글게 감싸는 형태로 이어진다. 행안부는 동해안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비롯해 섬진강과 경춘선을 따라 새로운 자전거길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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