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稅'상속으로] "국세청 세정지원단은 계륵인가"

입력 2012-08-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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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이란 '닭의 갈비'라는 뜻이다. 흔히 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요즘 국세청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 말이 곧잘 통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세청이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개청이래 최초로 도입·운영하고 있는 ‘개방형세정지원단’(이하 세정지원단)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세정지원단이란 출산·육아휴직 등이 예상되는 직위에 국세행정에 관심과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사전에 선발, 휴직자가 발생할 경우 '한시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대체인력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달 세정지원단 670명을 근무예정 지역별로 모집한 후 이달 초 452명을 임용순위에 따라 서울과 중부, 대전국세청 산하 62개 세무서에 우선 배치했다.

담당 업무는 당초 휴직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세무행정 경험 등이 있는 경우에는 민원업무 또는 기초 세원관리업무 등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개월이 경과한 지금, 이들의 주된 업무는 문서접수 및 정리, 전화수신 등 단순업무에만 국한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우수 인력을 선발해 놓고도 정작 업무의 효율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부 직원들은 “같은 직급인데도 월급 차이는 없고, 업무의 강도만이 크게 차이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세정지원단 연봉이 계약직 7호의 경우 가족수당과 시간외근무수당, 직급보조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해 최대 2300만원이고, 9호의 경우에는 최대 1800만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문서접수 및 정리, 전화수신 등 단순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연봉 수준이 매우 파격적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모 지방국세청 산하 세무서에 세정지원단으로 발령된 한 직원이 온라인에 게재한 글이 직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A씨는 세정지원단으로 며칠 근무해 보니 국세청 업무는 모두 컴퓨터가 알아서 다 해주고, 모든 업무는 조금 더 지나면 다 알 것 같다며 국세청을 과소평가했다. 해당 글은 이미 삭제됐지만, A씨가 올린 글로 말미암아 세정지원단을 바라보는 국세청 직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론 세정지원단 가운데는 국세행정에 작지만 큰 보탬이 되고자 지원한 이들도 있고, 전문성을 길러 내기 위한 초석으로 삼기 위해 국세청과 인연을 맺은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단순업무만을 부여할 경우 내부 직원들과의 마찰은 불 보듯 뻔할 것이고, 이들 또한 머지않아 무료함을 느낄 것이다.

말 그대로 세정지원단은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본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세청은 세정지원단의 경험과 전문성에 맞게 업무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세청과 세정지원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업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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