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서재용 신한은행 과장 "장애(障碍)는 장애(長愛)"

입력 2012-08-23 12:0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난 주말, 무거운 책이 발등을 치고 지나갔다. 멍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는데, 찰과상은 하루 12시간 이상 구두를 신고 있는 관계로 아물지 않고 있다. 퇴근 후 저녁, 소독을 하고 난 뒤 아물었던 상처가 다음 날 다시 걷다 보면 진 무른 상태가 되어 다시 원점이 되는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 심장 높이와 비슷하던 발의 위치가 아침에 일어나 걷기 시작하면 바닥으로 내려가 피가 몰리기 시작해서인지 상처 난 부분에 알코올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작열감이 느껴진다. 출근 후 한 두 시간 정도 흐르면 아픈 것도 어느 정도 무감각해지는데 - 그래서 참을 만 하다. - 사무실까지 향하는 동안은 꽤 불편하다. 왼쪽은 오른 발과 균형을 맞추느라 무릎을 굽히게 되고, 오른쪽은 발을 디딘 후 걸을 때 발등 상처가 신발에 닿아 아픈 것이다. 그래서 출근하는 길 지하철 역 까지는 평소 걷는 시간의 2배 이상이 걸린다. 걷는 동안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앞으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바쁜 출근시간 불편하게 걷는 나를 바라보며 때론 측은하게 쳐다보며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하루 지날 수록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그런지 걸음도 조금씩 빨라지고 아픈 느낌도 조금씩 줄어들긴 한다.

장애란 본래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장애(障碍)자란 육체적·정신적 결함으로 장기간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지칭한다. 요즘 통증으로 인해 걸음걸이가 이상해졌는데, 어쩌면 이것도 일시적인 장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불편한 걸음걸이로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애(障碍)란 단어는 어쩌면 처음 쓰였을 때 장애(長愛)란 글자였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길게 사랑해주란 뜻이었을 것이다. 상대의 그 불편함을 마음으로 보듬어 감싸주라고 말이다. 지금의 내 불편함은 며칠이 흐르고 한 두 주가 흐르면 어느 새 아물어 잊혀져 갈 것이다. 상처가 주는 아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알코올이나 포비돈 용액으로 소독하는 것은 이러한 사랑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결국 상처가 아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혹 내가 무심코 흘려버린 이야기들로 인해 누군가 마음의 장애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누군가의 그 말로 인해 심적 장애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상처는 끊임없는 사랑이 뒷받침 되어야 아물 수 있는 한 가지 보편적 치료제가 필요한 현상이다. 부상의 흔적은 그래서 내가 상대에게 필요로 했던 관심과 사랑의 필요한 자취이자 상대방이 내게 보여준 관심과 사랑의 자국일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786,000
    • +0.23%
    • 이더리움
    • 4,548,000
    • +0.64%
    • 비트코인 캐시
    • 878,500
    • +4.27%
    • 리플
    • 3,040
    • +0.2%
    • 솔라나
    • 198,000
    • -0.1%
    • 에이다
    • 618
    • -0.32%
    • 트론
    • 430
    • +0.47%
    • 스텔라루멘
    • 361
    • +0.84%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340
    • -0.39%
    • 체인링크
    • 20,860
    • +2.66%
    • 샌드박스
    • 216
    • +3.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