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권익 침해, 이름만 바꾼다고 해결되나?

입력 2012-08-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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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의원법안, 간호계 발칵…복지부는 ‘묵묵부답’

“환자가 많을 때는 병원접수부터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고 붕대를 감는 일까지 한꺼번에 다할 때가 있다. 병원장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지만 불법의료행위이므로 양심의 가책 때문에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A 간호조무사)

“의사의 지시대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주사했는데 나중에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병원이 책임을 회피했고 직접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나에게 떠넘겨 자격증을 잃는 등 심각한 침해를 당했다.”(B 간호조무사)

일선 의료 현장에서 간호조무사들이 직무 영역에 맞지 않는 행위를 강요당해 권익 침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여기에 간호조무사의 이름을 바꿔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간호조무사’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간호조무사의 ‘시도지사 자격’을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로 변경함과 동시에 의료인과 같이 ‘자격신고제’를 시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간호사협회, 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간호학교에 있는 정규과정 학생들까지 항의 성명을 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간호조무사교육자 협회는 8일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직무에 대한 긍지와 사기가 저하돼 있는 실정은 사실”이라면서 “명칭변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역 구분에 따른 알맞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병원에서 직무에 맞게끔 고용을 하고 또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해야 함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간호조무사의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역시 “지방중소병원의 경우 간호사 인력을 축소하고 그 자리를 간호조무사 인력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의료서비스 질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고민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병원조차 의사 업무는 PA(진료지원인력)간호사에게 넘기고, 간호사 업무는 간호조무사나 간병사에게 맡기고 있는 현실에서 양승조 의원의 법안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서비스 질과 인력에 대한 고민조차 없는 법률개정안”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병원급 이하 의료현장에서 간호조무사들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권익 신장 등을 위해 공론화 시켜 논의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 법안의 명분이지만 간호계가 이토록 격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특성화 교육과 학원교육이 부실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전문대학 내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을 합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은 특성화고교, 국공립양성소, 전문양성학원, 평생교육시설 등으로 국한돼 있지만 양승조 의원이 평택시에 위치한 국제대학의 보건간호조무 전공과 설치 강행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

다산고등학교 보건간호과 이현영 교사는 “교육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했음에도 현장에 나가 대학을 나온 간호조무사들과의 학력차별을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양승조 의원과의 만남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고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정을 몰랐다며 발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아무런 소통 없이 며칠만에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빌미 삼아 특성화고등학교의 보건간호과 존폐를 위협하고 국제대학과 같이 전문대학 내에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을 증설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대한간호사협회와 이들 단체들의 반대 성명을 재반박하며 논란을 가열시켰다.

협회는 “양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간호서비스 수준이 향상돼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조무사는 간호 실무인력에 해당하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구분 없이 간호실무사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직역구분을 확실히하는 방책이라는 설명이다.

또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은 아니지만 의료법 제80조 간호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보건의료인이므로 명칭변경, 장관면허 환원, 자격재신고제를 의료법에 반영해도 법체계상 차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대한간호사협회는 대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이수, 국가고시에 합격해 복지부장관에게 면허증을 발급받는 간호사와 학원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 간호조무사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어서 이들 사이의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대안을 모색해야 할 복지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검토 중이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논의를 해보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대책을 만들자는 것인데 논의 자체를 막고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논의를 거쳐서 문제점을 개선해가자는 취지이며 상정이 되면 상정 일정에 맞춰 정기 국회 때 토론회나 복지위원회 차원에서 간담회 등을 마련해 충분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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