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권오용 SK텔레콤 고문 "보이지 않는 수출 '2'"

입력 2012-08-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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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라오스의 캄푼봉 푸펫 재무부 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의 라오스 진출을 적극 환영한다며 라오스 증권거래소를 두 나라간 경제협력 사업의 모범사례로 들었다. 거래소 출범 당시 라오스 중앙은행 총재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그는 증권거래소 합작설립으로 양국관계 증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토지와 건물을 출자한 라오스 중앙은행이 51%의 지분을,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출자한 한국거래소가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올해 봄에는 한국거래소가 비슷한 방식으로 45%의 지분을 취득한 캄보디아 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베트남에는 이미 10여년 전에 거래소 설립에 참여했다. 인도차이나반도 3국에 한국형 증권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을 이동한 후 다시 버스로 울퉁불퉁한 길을 3시간 가량 달리면 베트남 최대 정유공장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소유의 이 공장에는 지금 한국 정유공장의 시스템이 옮겨지고 있다. SK의 100여명이 넘는 기술인력들이 정유·화학공장의 전반적인 가동 노하우와 유지보수 기술, 그리고 SK의 기업문화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장 프로젝트에는 한국기업의 상생협력 시스템도 나타난다. SK의 울산공장 설비보수를 맡고 있는 국내 협력업체들이 이 공장의 정기보수 업체로 선정되어 함께 업무를 수행 중이다. 비산유국의 기업이 산유국에 석유화학 관련 기술과 시스템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우리의 문화와 시스템이 수출되고 있는 현장은 증권거래소와 정유공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수출되는 또 다른 사례를 국내 공간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간정보기술이 11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으며 머지 않아 전자정부 사업과 함께 해외수출의 효자 종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토지측량, 토지등록, 국가지리정보체계, 지능형 교통시스템, 토지행정관리 등 공간정보 기술은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아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도 ODA사업으로 포함되면 국토이용, 도시계획, 자원관리, 세금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지 않게 해외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시에 있는 국가기록소는 지난 5월부터 주민등록, 법인등록 등 서류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00여명의 직원들이 낡은 서류철을 일일이 해체한 후 스캐닝하고 확인하는 작업인데 이 데이터베이스화 시스템을 SK C&C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ODA 자금을 지원받아 지난 해부터 올해 초까지 몽골의 실정에 맞게 개발한 것이다. KOICA와 SK C&C는 후속작업으로 기록소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돕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장이 상수도, 지하철, 전자정부 분야 등 서울시가 강점을 가진 행정체계를 외국 도시에 수출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하철 운영 기술과 전자정부 시스템 등 서울만 갖고 있기에는 아까운 자산을 다른 도시와 나누고 수출하면 더 높은 수준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시장은 그 동안 해외진출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2010년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상품시장에서 3.06%로 세계 7위에 올랐으나 서비스 시장에서는 2.21%로 세계 15위에 그쳤다. 그런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어치의 재화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2010년 기준으로 제조업이 6.7명이지만 서비스업은 11.2명에 이른다.

서비스업은 사람과 문화를 동반해 수출되는 특성이 있고 이들의 경험은 세대를 이어져 코리아라는 무형의 자산을 형성한다. 보이지 않는 수출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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